바야흐로 ‘여성 정치시대’가 열리고 있다.

24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열린우리당 한명숙 의원이 국회인준을 통과할 경우 헌정사상 첫 여성총리가 배출된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이미 유력한 차기대선주자로 자리잡았고, 여당이 5·31 지방선거의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울 필승카드는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다.

40대 강 전 장관과 50대 박 대표,그리고 60대 한 후보자라는 ‘여성 트로이카’가 정계의 핵심 포스트를 분점하는 형국이다. 여기에 ‘여장부’로 불리는 김혜경 전 민주노동당 대표는 당을 17개월간 이끌었고 우리당 조배숙· 한나라당 김영선 최고위원은 여야 지도부로 맹활약중이다.

2006년 대한민국은 왜 여성 정치인들에게 열광하는 것일까.

여론조사전문기관인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한귀영 연구실장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맞물려 여성 정치인이 활동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월드리서치 김상범 이사는 “여성의 강점인 화합과 유연성이 경직된 사회에서 부각되는 것 같다”고 했다.

박선숙 전 환경부 차관은 “여성에게는 특유의 부드러운 리더십과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눈이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당 유승희 의원은 “여성 총리 지명으로 깨끗한 정치,돌봄의 정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했고, 한나라당 이계경 의원은 “여성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여성에 대한 편견을 바꿀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치학자들은 새로운 정치환경이 여성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고 본다. 고려대 임혁백 교수는 “21세기 정치흐름은 탈근대적 정치로,환경·여성·생활 정치의 시대”라며 “이중 여성정치는 중요한 흐름 중 하나”라고 말했다. 서울대 유홍림 교수는 “과거 남성위주 시대에서 여성이 평가받을만한 기회가 없었는데,앞으로 그런 장벽은 없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진단은 유력한 여성 대통령 후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박 대표는 물론 한 후보자도 총리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경우 일약 차기 대선주자 반열에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여권 관계자는 “여당 대선주자들의 약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강 전 장관도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대선주자 반열에 오를 개연성이 있다.

하지만 여성들이 전반적으로 정치권의 주류가 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숫적으로 열세다. 현재 국회의원 297명 중 여성의원 비율은 13.8%(41명)로 남성 86.2%(256명)에 비해 턱없이 낮다. 한귀영 실장은 “현재 여성 정치인들이 각광받는 데는 국민들의 막연한 기대감이 작용하는 측면이 크다”면서 “앞으로의 본격적인 검증에서 어느 정도 부응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