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4일 국무총리 후보자로 한명숙 열린우리당 의원을 선택함으로써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성표를 잡기 위한 여야의 정면 승부가 불가피해졌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박근혜 대표를 내세워 여성 유권자를 효과적으로 공략해 왔지만 ‘여성 총리’가 탄생할 경우 한나라당에 기울어 있는 ‘여심(女心)’은 흔들릴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열린우리당은 여성 총리 지명으로 인한 지방선거 상승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지방 선거의 최대 격전지가 될 서울시장 후보로 강금실 전 법무장관을 영입하면 시너지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여성단체들이 잇달아 한 지명자에 대한 지지성명을 내면서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우상호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25일 “여성 총리 지명이 지방선거를 의식한 건 아니지만 각계의 반응과 분위기는 상당히 좋은 것 으로 판단된다”며 “지방선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 대변인은 “이번 한 총리 지명자의 경우 인품과 능력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된 것으로 안다”며 “ 선거용이라면 선거가 끝난 뒤에 바꿔야 한다는 얘기냐”고 반문했다.

한 지명자에 대해 처음에 “무난하다”는 반응을 보였던 한나라당은 여성표 이탈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엄호성 전략기획본부장은 “여권은 총리 지명자와 강 전 장관을 묶어 지방 선거에서 ‘여성 전선’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진수희 공보 부대표는 “이 정부가 진정 여성을 중용할 뜻이 있었다면 그동안 여성 장관 기용에 왜 그렇게 인색했겠느냐”며 “여성을 선거에 이용한다는 느낌이 강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한 지명자의 당적 포기를 주장하며 공세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재오 원내대표와 허태열 사무총장, 이방호 정책위의장은 한목소리로 “당적을 버리지 않으면 청문회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24일 참여정부 후반기 내각을 총괄할 총리로 한 의원을 지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낮 청와대에서 한 의원과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총리 지명사실을 통보하면서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국정운영 을 당부했고, 한 지명자는 “최선을 다해서 총리의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이 전했다.

한 지명자는 이날 오후 국회 기자회견에서 한나라당이 제기하는 당적문제에 대해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핵심은 당적 자체보다는 지방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할 수 있겠느냐는 것 아니냐”며 “당적 정리 문제에 대해 아직까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 지명자는 국회 인준을 통과할 경우 헌정사상 첫 여성총리로 취임하게 되며, 고건, 이해찬 전 총리에 이은 참여정부 제3대 총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