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3일 “8.31 부동산 대책을 우습게 보지 마라”며 “부동산으로 투기소득을 바라는 사람은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강남 재건축 문제와 관련해서 “재건축에서 발생하는 초과이익은 모두 다 환수하겠다”며 “이를 위해 3단계 부동산대책을 마련 중에 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23일 열린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를 양극화 심화의 원인이자 결과로 지목했다. ‘만병의 병’인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남은 임기 동안 추가적인 모든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대통령이 8.31 대책에도 부동산 가격이 잡히지 않을 때에는 임기 말까지 계속해서 강력한 추가 조치를 내놓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네이트, 다음, 야후코리아, 엠파스, 파란 등 5개 포털사이트에서 공동 주최한 이번 토론회에서 노 대통령은 양극화 문제뿐만 아니라 민감한 국정 현안에 대해 상세하게 견해를 밝혔다.

우선 국민적 관심사인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원 마련에 대해 노 대통령은 “당장 세금을 올리자는 말은 아니고 같이 연구를 해보자는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세금을 더 올리더라도 97%의 세금을 부담하는 상위 20%에게 해당하는 문제”라며 “세금도 더 내고 소비도 더 하고 미래에 대해 자신감을 갖자”고 제안하는 등 논란을 피해가지는 않았다.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는 비정규직 법안과 관련해서도 노 대통령은 “안 되는 것을 될 것처럼 얘기해 국민을 헷갈리게 하지 않겠다”며 “비정규직의 숫자가 단기적으로 갑자기 줄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비정규직 법안이 통과돼도 비정규직이 갑자기 줄지는 않을 것이라고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신 노 대통령은 “이번 법안의 목적은 어떻게든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을 최대한 줄이자는 것”이라며 “비정규직 차별에 대한 처벌 규정을 두는 등 기업이 견딜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차별금지를 강제한 법”이라고 노동계의 이해를 구했다.

“FTA 손해 보는 장사 안할 것”...“영화인들 그렇게 자신 없나?”

농민단체와 영화계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는 한미 FTA 협상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은 그동안 수차례 밝혔던 ‘양날개’론과 ‘양수레바퀴’론을 재차 강조했다.

우선 노 대통령은 한미 FTA 협상과 관련 “손해 보는 장사는 절대 안 하겠다”는 것과 “취약부분에 대한 대책을 세우겠다”는 두 가지를 국민에게 약속했다.

먼저 한미FTA 체결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우리가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노 대통령은 “미국이 압력을 행사했다면 내가 버텼을 것”이라며 “오히려 우리가 미국을 끌어들이기 위해 머리를 썼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성장을 위해서는 개방을 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 경제의 체질”이라며 “그렇다고 고유 목표인 동반성장, 국민 복지를 포기할 수는 없다”고 말해 한미 FTA협상과 양극화 해소 문제를 함께 풀어가자고 제안했다.

또 영화 ‘왕의 남자’의 주연배우인 이준기씨가 직접 질문을 한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에 대해서 노 대통령은 “영화인들이 그렇게 자신이 없느냐”고 반문하며, “영화인들이 무조건 반대만 하기 때문에 정부 지원책이 있어도 따로 굴러가고 있다”고 섭섭함을 드러냈다.

한편 발표를 눈앞에 둔 후임 총선 인선과 관련해서 노 대통령은 “아직 방향도 정하지 못했다”며 말을 아꼈고, 퇴임 이후에는 “대통령 취임 전처럼 정치적 활동을 할 마음은 없고 고향 농촌에 내려가서 지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참여정부가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일각의 비난에 대해서 노 대통령은 “다른 쪽에서는 좌파 정권이라고 비난하고 있다”며 “이념적 색깔 구분보다는 국가를 위해 필요한 정책이 과연 무엇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가 ‘작은 정부’를 지향하지 않는다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서는 선진국 사례를 비교하며 반박했다. 노 대통령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봤을 때 참여정부를 큰 정부라고 비난하는 것은 맞지 않은 소리”라며 “남의 나라 책 베껴 와서 맞지도 않는 이야기 하지 말고 더 공부하라”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교육 문제와 관련해서는 “창조성과 사회성, 다양성과 기회균등성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공교육이 살아야 한다”며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서는 내신평가에 의한 대입제도로 가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