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는 서민들의 씁쓸한 심사를 달래줘야 할 대한주택공사가 ‘소득이 늘어나는 만큼’ 중대형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뜻을 밝혀 구설수에 올랐다.

더군다나 지난 6월 고양 풍동지구 분양원가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 패해 내달 분양원가를 공개하게 된 상황이어서 ‘저의’에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28일 박세흠 주공 사장은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대형화·고급화가 급선무”라며 “23㎡(7평)짜리 임대주택도 있지만 소득이 늘어나는 만큼 필요하다면 330㎡(100평)짜리도 짓겠다”고 공언했다.

집을 짓는 입장에서 다양한 크기로 구색을 맞추고 싶은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주공이 ‘당당하게’ 이야기 하는 모습에서는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를 두고 민노당은 29일 성명을 내고 “임대아파트에 대한 인식전환을 빌미로 주공이 집장사에 나서겠다는 의도로까지 비친다”고 비꼬았다.

정부 산하기관으로서 집 없는 서민들의 마음을 대변해야 할 대한주택공사가 앞서서 ‘집장사’를 하겠다는 속내를 거침없이 드러낸 것이다. 당연히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주택공사라는 조직은 장사하라고 만든 기구가 아니다. 민간 건설업체와 집장사 경쟁을 하는 곳이 아니라 서민들의 주거안정에 초점을 맞춰 정부 정책을 일선에서 추진하는 곳이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다고 건교부는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 국민 다수는 집 없는 설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통계청의 2005년 인구주택 총조사결과 전·월세 인구는 656만8615가구로 조사됐다. 이들이 1년에 집주인들에게 내는 월 임대료만 무려 7조8288억원이나 된다. 전월세 보증금도 209조4199억원에 이르고 있다.

매년 수백조원의 돈이 ‘있는 이’들의 품으로 ‘거침없이’ 빨려 들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공이 대형 아파트를 짓겠다고 나섰으니, 이를 바라보는 무주택자들의 마음이 씁쓸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330㎡(100평)에 살 수 있는 무주택자는 무주택자가 아니다. 지난해에는 임대주택 입주자들의 자격요건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고급 승용차를 타는 ‘부유한’ 이들이 버젓이 입주한 사실이 일부 방송의 취재로 들통 나 ‘홍역’을 치루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주택을 짓겠다는 주공의 의도는 결국 일부 부유층에게 양질의 저렴한 주택을 공급기 위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일반 건설사도 아닌 주공이 부유층을 위한, 부유층에 의한 주공이 되려 한다면 이는 본분을 망각한 처사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45년만에 조직을 개편하며 혁신을 외치고 있는 주공은 ‘건설회사’가 아니라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정부산하기관인 만큼, 이를 곱씹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