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 WTO 각료회의 저지시위를 벌이던 한국 원정시위대 900여 명이 홍콩 경찰에 의해 전원 연행됐다. 해외에서 불법 행위로 한국인들이 한꺼번에 경찰에 체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지 시간으로 어제 오후 4시부터 10시간동안 홍콩 도심에서 격렬한 반세계화 시위를 벌이던 한국 시위대 900여명이 오늘 새벽 3시 쯤부터 전원 연행됐다.

홍콩경찰은 2천여명의 경찰병력을 투입해 시위대를 포위, 고립시킨 후 연행을 시작했으며 농민들은 별다른 저항없이 순순히 연행에 응했다. 연행된 시위대원들은 호송차로 각 경찰서로 분산 이송돼 조사를 받은 뒤 임시 수용소인 빅토리아 교도소에 구금된 다음 홍콩 공공질서법에 따라 사법처리될 예정이다.

앞서 한국 시위대 1천500여 명은 각국 반세계화 단체 등과 함께 가두행진을 마친 뒤 10여 시간 동안 홍콩 곳곳에서 WTO 회의장 진출을 시도하며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이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시위대 70여 명이 부상했고 홍콩 경찰도 10여 명이 상처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행된 시위대 900여 명은 대부분 전국농민회총연맹과 한총련 중심의 농민과 대학생들로 알려졌다.

홍콩 경무처는 연행자들 가운데 시위 사진과 영상 등을 비교해 주동자에 대해서는 엄정 대처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법규는 불법 집회와 시위 참여자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평화질서를 해치는 폭동에 참여하거나 불법 시위중 자동차, 건물 등을 파손할 경우에는 각각 10년, 14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연행된 시위대의 조기석방과 귀국을 위해 외교적인 노력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WTO 각료회의 폐막을 앞두고 벌어진 무더기 연행사태는 적지않은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