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회사의 지역독점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도시가스회사의 도덕적 해이나 경영혁신을 위한 노력부재, 요금산정의 불투명성 등의 폐해에 대해서는 따로 거론하지 않을 생각이다. 단지 지역독점, 소비자 요금, 소비자 선택권의 문제만으로 한정하여 이야기하고 고민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우리나라 도시가스는 1978년 최초로 민간도시가스회사(대한도시가스)가 세워진 이후 각 지역별로 민간사업자들이 허가를 얻어 현재에는 33개사가 영업을 하고 있다. 과거 개발독재 시대에 정부가 값싼 에너지를 보급하면서도 막대한 시설자금을 감당하기 위해 에너지 재벌을 끌어 들인 것이다. 그 대신 지역독점과 이익보장이라는 엄청난 특혜를 부여하였다. 특혜라고 하기에는 대단히 큰 당근정책이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지역독점이 안정적으로 도시가스를 공급한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발목을 잡는 족쇄와도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삼천리, 서울도시가스, 대한도시가스, 예스코의 4대 도시가스회사가 전체 1,154만 가구 중 52%인 600만 가구를 독점하고 있으며 전체 물량의 48%인 8,281백만㎥를 공급하고 있다.

내가 사는 지역이 나를 차별한다.

최근 끝난 국정감사에서 잘 사는 지역의 시민들보다 못 사는 지역의 시민들이 더 많은 도시가스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슈가 된 적이 있다. 경실련은 지역별 도시가스 지출비용을 비교해 보았다.

위에서 보는 것처럼 같은 량을 사용하더라도 자기가 거주하는 지역에 따라 요금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춘천, 원주, 충주 등 지방 중소도시가 서울, 인천, 경기 등의 대도시에 비해 더 많은 도시가스 비용을 지출하고 있고 요금에 포함된 소매비용 역시 서울 보다 강원도가 3배 이상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지역 독점은 소비자에게 희생을 강요한다.

소비자입장에서 더 저렴한 에너지를 사용하고자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권리이다. 저렴하고 효율성이 높은데 굳이 비싼 에너지를 고집할 이유가 하등에 없다. 그래서 에너지원을 바꿀 수도 있고 직접 사서 쓸 수도 있다.

그러나 지역독점 구조는 이러한 당연한 권리조차 지역이기주의, 집단이기주의로 몰아가거나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당하기 일쑤다. 특히 다른 지역의 소비자 입장에서도 지금과 같은 요금체계를 유지하는 상태에서는 자신들에게 비용이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기에 부담을 분담하는 것이 억울한 일일 수밖에 없다.

지역독점과 소비자요금은 직결된다.

그런데 소매요금에 포함된 비용이 서울보다 강원도가 3배 이상 많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에너지를 변경하거나 직접 도입하려할 때 기존에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소비자 에게 요금이 전가되는 것이 과연 맞는 이야기일까? 왜 이렇게 지역별로 요금차이가 있고 소비자에게 요금이 전가되는 문제가 발생할까?

그 이유는 도시가스회사에게 지역독점과 이윤을 보장해 주고 있는 현행 도시가스 공급체계에 있다. 이 문제는 도시가스 요금산정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그 의문을 해소할 수 있다. 현행 도시가스 요금은 산자부의 ‘도시가스 소비자요금 산정기준’에 의해 사업운영에 필요한 모든 비용과 자본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윤을 포함하여 소비자에게 요금을 받도록 되어 있다. 즉, 도시가스 회사가 도시가스를 공급하기 위해 소요되는 모든 비용과 이익을 해당 지역 소비자가 내는 요금을 통해 모두 보상해 줘야 하는 것이다. 만약 해당지역의 소비자가 줄어든다면 나머지 소비자들이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도시가스 소매요금은 과거에 시설투자에 소요된 투자보수(이자 포함) 및  인건비, 영업비용 등 도시가스를 공급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 앞으로 시설투자에 필요한 투자재원으로 구성된다. 이를 추정판매량으로 나누어 소비자 요금으로 부과한다.

만약 독점지역의 소비자가 줄어든다면 판매량 역시 줄어들 것이다. 이에 따라 같은 양을 사용해도 소요되는 경비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요금은 당연히 올라가는 것이다. (현재와 같이 인건비, 영업비용, 감가삼각비, 시설비가 과다한 요금 구조에서 도시가스회사의 뼈를 깎는 경영혁신노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만약, 도시가스를 공급하는데 100원의 비용이 소요되고, 판매량이 10㎥고 가정하자. 소비자는 1㎥당 10원을 지불하면 되지만 소비자가 줄어 판매량 5㎥로 적어진다면 소비자는 같은 1㎥를 사용하더라도 20원을 지불해야 된다.

지역독점, 이젠 새로운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

수도권 등 밀집지역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것과 강원도 등 인구밀도가 적은 지역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것은 당연히 비용의 차가 발생한다. 이를 두고, 인구밀도가 적어 다른 지역보다 비용이 더 들어가니 비용을 발생시키는 주최가 부담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논리라고 말할지 모른다. 또 다른 한편에서 지역주민들의 피해를 주는 거대 기업이 사익에만 급급한 것으로 치부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앞으로 에너지 간 경쟁이나 에너지 시장의 개방으로 대전이나 포항과 같은 사례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는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어쩌면 시대 변화에 따라 지금보다 더 싸고 좋은 대체 에너지가 개발되거나 등장할지도 모른다.

그때마다 새로운 요금제를 신설하거나 요금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진입장벽을 만들거나 소비자의 선택권과 이익을 배제하고 포기한다면 소비자나 국가적 차원에서 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수도, 전기 등 타 공공서비스와 다르게 소비자가 사용하는 양과 별도로 지역에 따라 요금을 더 내거나 덜 낸다는 것이 결코 바람직할 수 없다. 그 이유가 지역의 독점이라는 특혜 때문이라면 더 더욱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정부는 전기, 가스, 수도 등 공공서비스를 민간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사유화하거나 사적 자본에게 지속적으로 넘기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도시가스 요금을 다양화하겠다는 이유를 들어 요금 인상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제 정부차원에서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고 도시가스 지역독점과 요금산정체계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도시가스 소비자요금이 지자체의 승인사항이라며 나 몰라라 하는 태도는 스스로 에너지 정책을 포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무한 경쟁시대가 도래한다고 한다. 지역별 요금차별을 해소하고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되지 않도록 새로운 전환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윤철한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