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업무와 관련해 금품·향응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청렴계약 특수조건을 위반했다고 해도 법적근거가 없다면 입찰자격을 제한해서는 안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지난 28일 전기공사업체인 A사가 한국철도공사를 상대로 낸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 취소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입찰참가자격 제한은 제재적 행정처분으로 처분사유는 법령에 정해져 있다"면서 "청렴계약 특수조건 위반은 관련법령(공공기관과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에서 정한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판시했다.

헌법상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때는 반드시 법률에 근거를 두거나 법률에 근거한 시행령(대통령령)에 규정을 두어야 한다.

이번 판결은 청렴계약을 어긴 행위가 비록 잘못된 것이라고 해도 법령에 입찰참가 자격 제한 규정을 따로 두지 않았다면 입찰을 제한할 수 없다는 취지다.

A사는 2011년 12월 일산선 화정역 등에 전력설비 개량공사 업체로 선정돼 공사를 시행했다. 하지만 A사는 2012년 5월 철도공사의 감사 결과 허위 준공처리와 함께 공사감독자에게 총 10회에 걸쳐 53만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한 비위 사실이 적발됐다.

당시 A사가 철도공사와 맺은 공사계약에는 계약과 관련해 어떤 이유로도 담당자에게 직·간접적으로 금품이나 향응 등 부당한 이익을 제공해서는 안되며 이를 어기면 6개월에서 2년간 철도공사가 시행하는 입찰에 제한을 받도록 한 청렴계약 특수조건이 포함돼 있었다.

철도공사는 이 청렴계약에 따라 A사의 입찰자격을 제한했지만 A사는 '법령에 근거가 없는 내용이었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과정에서 A사는 철도공사 감독관이 임의로 준공처리를 했고 현장감독과 간소한 식사를 한 것을 두고 향응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항변했다.

1심은 입찰 참가 제한이 정당하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입찰참가 제한은 법에서 정한 사유로 한정되는데 청렴계약 특수조건은 법에 명시돼 있지 않아 적법한 처분이 아니며, 피고 측의 편의를 위해 준공처리에 협조했을 뿐인 점 등을 고려하면 입찰제한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