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도 레니의 베아뜨리체 첸지의 초상화를 보는 순간 그림 속에 빠진다는 말이 딱 맞는다.

절세미인으로 애잔하고 나약한 모습으로 몽환적인 느낌을 갖게 해주는 그녀의 슬픈 표정까지 사랑하게 될 것 같은 그림 앞에서 나 또한 스탕달 신드롬에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다.

베아뜨리체의 창백한 하얀 얼굴과 삶에 지친 눈동자는 절망적인 가혹한 운명에서 벗어났다는 안도의 의미가 담긴 미소까지, 작고 유약한 얼굴은 둘둘 말아 올린 흰 천이 버거워 보인다. 온몸을 감싸고 있는 흰 천 또한 너무 커서 그 처량함이 가슴속까지 더욱 짙게 느껴진다.

베아뜨리체의 슬픔에 찬 눈은 삶을 체념이라도 한 듯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입가엔 이제는 불행이란 없을 것이라는 안도의 미소일까. 얇은 미소는 베아뜨리체의 내면 속의 평안함을 보여주고 있다. 어두운 배경은 베아뜨리체의 아름다운 모습을 더욱더 아름답고 신비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베아뜨리체의 초상화 그 아름다움에 정신이 혼미하고 심장이 뛰고 무릎에 힘이 빠졌던 스탕달. 스탕달은 ‘첸치 일가족’이란 글을 쓰면서 스탕달 신드롬의 어원이 되었다.

이처럼 아름다운 그림이나 아름다운 글을 읽어 감동을 받아 정신이 혼미한 상태를 스탕달 신드롬이라고 한다.

스탕달과 많은 이탈리아 사람들을 아름다움에 빠지게 했던, 베아뜨리체 첸지를 그린 귀도 레니는 이탈리아 블로냐의 음악가 집안의 출신으로 바로크시대 고전주의 화가이다.

카라바지오의 작품같이 빛과 어둠에 의한 극적인 효과와, 섬세하고 세밀하며 간결하고 절제된 구도, 고전주의적 기법의 작품을 그려낸 로마의 교황 바오로 5세에게 인정을 받았던 첫 번째 화가이다.

귀도 레니의 작품은 빛을 이용한 절제되고 대담한 색의 표현과, 빛에 의해 인물 표현이 놀랍고, 작품 속에 있는 사람들의 의상이 세련되고 입체적이며, 우아하고 명확한 윤곽선으로 표현이 사실적이고 섬세하다.

귀도 레니의 베아뜨리체 첸지는 16세기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 첸지라는 귀족의 딸이었다. 아름다운 베아뜨리체는 성장하면서 그 아름다움이 더욱 빛나고, 절세미인으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베아뜨리체의 아름다운 미모는 남자들의 로망의 대상이 되었다.

소녀의 나이 14세때. 프란체스코는 이러한 딸이 가문에 먹칠을 한다고 외딴곳의 성에 가두고 폭행과 학대를 일삼았다. 아버지의 폭행과 학대는 어린 딸에게 성적 학대까지 이어졌다.

친부로서의 성적 학대는 베아뜨리체에게는 엄청난 시련일 것이다. 베아뜨리체 첸지에게 주어지는 친부의 성폭행까지 거침없는 부도덕한 프란체스코.

결국 새어머니와 오빠 하인들과 아버지를 죽이게 하는 모의가 시작되었고, 아버지의 죽음으로 그들은 모두 사형선고를 받게 되는 22살(1577~1599)의 꽃 같은 여인 첸지.

당시 교황청은 프란체스코 첸지와 각별한 관계에 있었고 이 사건으로 온 가족의 사형선고는 교황이 첸지 가문의 재산을 교황청에 몰수 되는 교황청의 계략도 있었다고 한다.

▲ 서양화가 베로니카 유 미

사형선고를 받게 된 베아뜨리체와 그녀의 가족, 사형일 날 이탈리아의 모든 사람들은 최고의 미인 베아뜨리체의 모습을 보기 위해 로마의 산 탄젤로 교 앞 광장에 모여 들었는데 그 곳에 귀도 레니도 있었다.

베아뜨리체 첸지가 단두대에 오르기 직전의 모습을 귀도 레니는 보고 있다. 사형장에 끌려온 그녀의 순수하고 청초한 모습은 귀도 레니에게 충격이었을 것이다. 아무런 희망도 없이 삶을 체념해 버린 22세의 소녀 아니 여인, 아름다움을 더욱 더 아름답게 피어보지도 못한 채 시들어버린 가련한 베아뜨리체의 삶. 운명의 서글픔은 가련한 눈과 아름다운 미소로 귀도 레니의 화폭에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