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타임> 창간 1주년을 맞아    

  “먼 길을, 뚜벅뚜벅 걸으며”

                                     詩人  박    병     두

달리는 계절의 걸음들이
가을 서정에 떨어지는 잎새보다
한 묶음 볏단 같은 수확으로 정론지필의 붓끝이
사유와 사색의 창에 시름하며 어느덧
창간 1주년 되었어라.

맑은 정신의 문으로 시작의 작은 걸음들이 모여 모여서
큰 족적을 남기며, 뜻이 이끄는 대로 뚜벅뚜벅 길을 걸었다.
다시 또, 울창한 어둠의 숲을 거쳐
가을 결실로 향하는 출범의 계절.

여론의 눈들을 겸손함 속에 지식을 넓히기보다는
사색을 높이는 진솔한 가슴으로
살아 있는 독자들을 두려워했어라.

흥미 있는 일과 가치 있는 일, 진흙 속에 숨겨진 보석을 찾아
높아져가는 정보문화의 하늘 밑에서
더 늦어서 수줍던 걸음으로
마음도, 과거도, 입마저 열지 않는 쓸쓸한 소리들
고달픈 인정들을 잠든 새벽에 깨웠다.

한 알의 작은 씨앗을 붓끝에 담아
각박한 인정, 정신의 서늘함으로
밤낮으로 순찰의 새벽을 구석구석 밝히고
버려진 공간의 인정들을
더 많이 만나려 한다, 더 많이 아프려 한다.

침묵이 아니라 발언으로 고독한 사람들마다
응시한 두려움들을 매순간 포착해 그들의 귀를 열려고,
오늘은 내일로, 내일은 미래로 밀어 나가려 한다.

아침에 깨어나는 풀잎처럼 사회의 지평을 열어 
세상의 바람들을 거느리고 우산을 먼저보고
비를 나중에 보는 어리석음이
부끄러워지는 사계의 온갖 바람을 견디리라.

은하 건너, 저 대양의 물결 너머
어둠 끝에 일어선 등불로, 더디게 찾아 온 새벽처럼
독자의 품 그 해안으로
먼 길을 그렇게 항해하려 한다.

▲ 시인 박병두

 64년 전남 해남에서 출생했다. 한신대학교 인문대학 문예창작학과 졸업하고, 아주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와 원광대학교 대학원 경찰행정학과 석사학위를 받고, 동대학원에서 박사중이다. 

 92년 월간문학과 문학세계를 통해 문단에 나와 작품집으로 에세이집 85.『얼굴』(삼인).시집 90『우리이제 사랑이란 말을』(동신).93『오늘은 당신의 생일입니다』(동신).2002『낯선 곳에서의 하루』(가린나무)가 있고, 문예진흥원 추천우수도서 선정된, 97 장편소설『유리상자 속의 외출』(문학가카데미)있으며, 06장편소설『그림자 밟기』(이른아침) 등이 있다.

 99.수원문학상. 99.경기문학상. 01.이육사문학상. 01.전태일문학상. 98.고산문학상. 04.제21회 수원시문화상(예술부문)수상과 06.경인인물대상(문화예술부문)에 이어 경기문화예술 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