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여성 "억울하고 분통 터져요”

권용석 기자l승인2006.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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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차량이 다 빠져나갈 때까지 서 있어야 하니까 거의 매일 초과근무를 한다고 봐야죠. 초과 수당이요? 그런 말하면 잘려요.”

서울의 대형 쇼핑몰에서 주차 도우미로 2년째 근무하는 A(23·여)씨는 매일 다리가 퉁퉁 부어오를 만큼 격무에 시달린다. 하지만 그는 늘 웃는 모습이다.

용역회사 직원 눈에 잘못 들면 해고되기 때문이다. 가끔은 직원들 회식자리에 참석해 ‘술자리 도우미’까지 겸해야 한다. 비정규직의 서러움이다.

경기도 분당의 한 기획부동산 텔레마케터로 근무하는 B(36·여)씨는 휴가란 것을 써보지 못했다. 회사는 주 5일제를 실시한다는 명목으로 직원들에게 아무런 휴가도 허락하지 않는다.

며칠 전 생리통이 심해 조퇴를 허락해 달하는 동료를 보고 부장은 “그만두라”고 잘라 말했다. B씨는 “유급휴가란 개념은 아예 없고 하루종일 전화를 돌려봐야 기본급 50만원에 수당과 성과급이 붙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면서 임금은 적게 주고 고용 보장도 해주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3년째 서울의 조그만 무역회사에서 비서 겸 사무직원으로 근무했던 C(26·여)씨는 며칠 전 사장으로부터 “회사가 어려우니 1월까지만 나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애초 근로계약 같은 것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사장은 “비정규직이니 퇴직금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은 두 배로 하면서 월급은 다른 직원에 비해 적게 받았는데 억울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처럼 우리나라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 대부분이 매우 열악한 근무환경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대부분은 고용과 해고를 반복하고 있었고, 정규직에 비해 급여와 복리후생 측면에서 심각한 차별을 받고 있었다.

13일 한국여성개발원의 ‘여성 비정규직 노동의 특성과 정책 과제’에서 연구팀이 지난해 7∼9월 서울과 수도권 소재 고용보험 가입 사업체 여성 임시직 15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여성 임시직의 경우 1년을 계약 기간으로 하는 경우가 46.2%를 차지해 가장 일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56%는 현 직장에서 재계약한 경험이 없어 고용과 해고가 빈번함을 보여줬다.

또한 여성 임시직의 67.6%는 소속된 부서나 팀에서 정규직과 함께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과 함께 근무하는 경우 동일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61%였지만,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을 적용받는 비율은 21.1%에 불과했다.

이와 함께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른 주당 근무시간 40시간 미만을 근무하는 여성 임시직은 9.6%에 불과했다. 이들은 평균 주당 3.2시간을 초과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10시간 이상 초과근무하는 경우도 13.5%나 됐다.

반면 조사 대상자의 월평균 임금은 약 109만5000원으로 낮은 수준이었다. 특히 여성 임시직은 25∼35세 임금이 123만원으로 가장 높은 반면 50대 이상은 87만8000원으로 가장 낮아 연령이 낮을수록 임금이 높은 기현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28.7%는 국민연금 등 4대 보험에도 미가입 상태였다.

이 밖에 여성 임시직은 모성보호 등 자신의 권리에 대한 심각한 무지도 드러냈다. 이들은 산전·후 휴가에 대해 휴가일수(55.4%), 휴가 중 임금지급(64.1%), 해고금지(74.2%)에 대해 대부분이 ‘모른다’고 답했다.

이 같은 실태에서 여성 임시직의 41.6%는 정규직에 대해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응답했고, 차별의 내용 중 가장 심각한 것으로 ▲적은 임금(92%) ▲고용불안(67.2%) ▲비정규직이라는 소외감(56.9%) ▲복지수준(45.9%) 등을 들었다.

하지만 이에 대응하는 태도는 참고 지내거나(51.6%), 동료에게 불만을 얘기하는(43.3%) 소극적 대응에 그쳤고, 회사에 항의하는 적극적인 경우는 4%에 불과했다.


권용석 기자  webmaster@sis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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