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21일 사의를 표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열린우리당 내 대권후보 경쟁에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천정배 장관은 이날 오전 법무부 간부회의에서 “제 거취와 관련된 보도들이 나오고 있어 오늘 사의를 표명키로 했다”고 밝힌 후 전화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통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 장관의 후임 인선은 다음주 중 이뤄질 예정이며, 천 장관은 7·26 재·보궐 선거를 전후로 당으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이 천 장관의 복귀에 주목하는 것은 그가 여당의 대권후보 중 한명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당의 김근태 의장 체제가 아직 안착되지 않은 시점에서 천 장관의 복귀가 당내 대권후보 경쟁구도에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천 장관 측은 “(천 장관은) 오래 전부터 창당주역으로서 당의 위기상황을 밖에서 지켜만 볼 수 없다는 생각으로 깊이 고민해왔다”며 “특히 지방선거 당시, 중립성을 강하게 요구받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당에 도움이 될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답답하게 여겼다”고 말했다.

 그는 “애초에 7·3 개각에 맞춰 사의를 표할 예정이었지만, 후임을 찾지 못해 미뤄졌다”며 “청와대에서는 개각 대상들에게 문책성이라는 이미지가 있어 천 장관이 함께 사퇴하는게 좋지 않다고 배려했던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대권경쟁구도를 변화시킬 것이라는 예측에 대해 그는 “당에서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의 얘기를 듣는게 필요하다”며 “현재로써는 아무 계획이 없으며, 한동안은 적응기간을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천 장관과 가까운 신기남 의원이 창당그룹의 재결집을 주장하며 “우리당의 가치에 맞는 우리당의 대선후보가 먼저다. 그 후에 국민적 요구에 따른 새로운 정치연합도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천 장관의 복귀와 당내 대선후보 경쟁구도가 맞물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신기남 의원 측은 “최근 당에서 대선후보로 고건 전 국무총리·박원순 변호사 등 명망 있는 외부인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을 지적한 것”이라며 “당의 정체성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우리당 후보를 먼저 결정한 후 폭넓은 범 여권후보와 연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당내 일부 초선의원들 모임에서 천 장관이 서둘러 복귀해 리더십을 발휘해주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있다”며 “신 의원 역시 천 장관과 동지적인 관계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특정한 인물을 대권후보로 만들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내에서는 여전히 천 장관의 복귀가 ‘천-신-정’으로 불리는 창당주역들의 대권경쟁력을 높일 계기를 만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잦은 지도부 내 잡음으로 김근태 의장의 리더십이 위축돼 있는 가운데 개혁정신을 외치며 최소한 ‘천-신’의 연대가 이뤄질 경우, 김 의장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분석에 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주목받는 정치인들이 건전한 경쟁구도를 만드는 것이 당의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유력한 대선후보가 없는 우리당 상황에서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천 장관과 가까운 한 인사는 “천 장관이 복귀한다고 해서 당장 어떤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복귀 후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도 아직 확실히 밝혀진게 없으므로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