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역 지하도 입구

수원역은 1905년 보통역으로 개관하여 영업을 개시했고, 1975년 전철개통과 함께 새로운 역사가 준공되면서 명실공히 경기남부권 최대의 교통 중심지로 변모했다.

하루 수십만명이 이용할수 있도록 사방팔방으로 도로가 뚫리고 인근의 중소도시는 물론 부산과 목포까지도 연결되는 중부권 교통의 교두보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러나 이곳에 죽음의 지하도 난간이 있다.

▲ 새로만든 보조 시설물

지난 4월 11일 새벽에 수원역 지하상가 입구 고등동 방향 난간에서 떨어져 노숙자 박모(54)씨가 숨져있는 것을 인근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김모씨가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김씨는 “새벽 3시경 ‘쿵’하는 소리에 쫒아 나가보니 계단으로 추락한 노숙자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숨진 박씨는 사나흘 전부터 좁은 지하도 상단에서 술을 마시고 춤을 추는 등 위험한 행동을 보여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사망사고가 있었던 8일후 같은 장소에서 60대 노숙자가 술에 취해 지하계단으로 떨어져 중상을 입는 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 다행이 목숨은 건졌지만 머리를 크게 다쳐 현재까지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 2년동안 5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노숙자들 사이에선 이곳을 죽음의 난간으로 불리고 있다.

지하도 입구에서 수십년째 구두수선을 하는 이모씨는 “노숙자들에게 난간에 올라가지 못하게 겁도 주고 달래보기도 했지만 그때 뿐이었다”며 “여름이 오기전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는 이어“겨울에는 노숙자들이 추위를 피해 건물 안으로 들어 가지만 여름에는 통풍이 잘되고 이슬을 피할 수 있는 곳을 찾기 때문에 이곳이 가장 이상적인 공간”이라며 “상단의 처마가 이슬도 막고 낮에 달궈진 대리석이 밤새 돌침대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그들에겐 최고급 호텔”이라고 조목조목 설명했다.

▲ 공포의 돌침대

문제의 지하도 난간은 지난 2002년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만들어졌다. 당시 수원시는 낡은 지하도 입구를 주변경관과 어울리도록 대리석을 입히고 넓은 반달형 지붕도 씌웠다. 지하도 리모델링 과정에서 비좁던 난간을 넓게 만들어 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이다.

담당인 수원시 시설관리공단은 이에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최근에야 스텐레스와 투명한 플래스틱으로 안전장치를 만들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이중으로 돈을 들인 땜질 처방식 시설물에 불과하다. 상식적으로 난간 대리석에 조성된 넓은 공간을 없애면 되는 일을 사람이 추락하면 죽지 않을 만큼 다치도록 완충장치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 시설물은 결국 추락한 사람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함께 무너져 내려 지나가는 행인까지 덮치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공무원들의 탁상행정도 문제지만 사고가 빈번한 여름철로 접어들어 더 큰 사고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주변상인들은 우려하고 있다. 수원시 시설관리공단의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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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열 기자  sisatime62@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