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는 ‘핑퐁’(중국인을 비하하는 표현)이라고 놀림을 받았다. 이것은 인종차별 구호였다.”

잉글랜드 토튼햄 핫스퍼의 이영표(29)가 국제 축구계의 핫 이슈로 떠오른 인종차별의 피해자가 됐다는 의견이 제기돼 적잖은 파장을 낳고 있다.

영국의 축구전문 ‘바이탈풋볼’은 19일(한국시간) 토튼햄 뉴스의 찬반 코너로 ‘이영표가 17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박지성에게 볼을 뺏기며 두번째 실점을 내줄 때 홈팬들에게 인종차별성 야유를 받았다’며 논란의 장을 만들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존 블랙햄 기자는 “런던의 화이트 하트레인 구장에 있을 당시 특정 선수에게 향한 인종차별 구호를 들었음을 고백한다. 실망스럽게도 나는 토튼햄 팬들이 이영표를 향해 ‘핑~퐁’이라고 야유하는 것을 들었다. 이는 인종 차별이 아닌가?”라는 물음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영표는 당시 전반 33분 수비진영에서 볼처리를 미루다 페널티지역내 오른쪽에서 박지성에게 볼을 뺏기며 웨인 루니의 두번째 골을 내주는 실수를 했고 홈팬들은 엄청난 야유로 질책했다. 경기가 재개돼 이영표가 다시 공을 잡자 일부 관중들이 박수를 보내며 격려했지만 그에게 쏟아진 홈팬들의 야유성 구호는 다소 뜻밖이었다.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등은 몰라도 프레미어리그에서는 소속 선수가 실수를 하더라도 좀처럼 야유하지 않고 대신 박수나 격려 구호를 보내는 게 일상화돼 있기 때문이다.

블랙햄 기자는 이영표에게 향한 토튼햄 팬들의 이례적인 반응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수십년간 진행해온 인종차별 근절 캠페인으로 구장내에 이 문제가 사라진듯 보이지만 명백히 인종차별 구호는 존재한다”며 “혹여 그 구호가 사라졌다라도 인종차별은 없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아무도 이영표에게 붙인 ‘핑-퐁’이라는 꼬리표가 단순히 별명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할 순 없다”며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최근 인종차별 행위를 뿌리뽑기 위한 초강력 대응책으로 FIFA가 주관하는 모든 대회에서 선수나 팀 스태프, 관중이 특정 팀 또는 선수에 대해 인종차별적 언동을 했을 경우 해당 팀의 승점을 깎고 대회 출전 금지까지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는 지난 해 말 불거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카메룬 출신 사무엘 에투에 대한 팬들의 차별 발언 등 일련의 사건에 대응키 위한 조치다. 국제축구계에 인종 차별 불씨가 점점 증폭되는 시점에서 이영표마저 이 논란에 휩싸여 당분간 뜨거운 이슈로 자리잡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