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골프가 제한되면서 전국의 각 골프장에는 골프를 취소하거나 연기를 문의하 는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주말 골프를 약속한 고위 공직자들은 주말을 하루 앞두고 아예 골프를 취소하는 사례가 많았다.

경기도 용인에 소재한 L골프장은 이해찬 전 총리의 3ㆍ1절 골프파문 이후 골프를 취소하는 사례가 계속 이어지다 수요일 이후 무려 20여건의 취소전화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골프장 관계자에 따르면 "한 명이라도 기업 관계자가 끼어 있으면 취소를 하거나 아니면 공직자 본인만 빠지는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경기도 가평 인근에 소재한 P골프장도 이번주 들어 예약취소를 문의하는 전화가 부 쩍 늘었다고 전했다. 자주 들르는 장ㆍ차관급 공무원, 검찰 등 고위 공직자 모습은 아예 찾을 수 없고 하위직 공무원도 대부분 본명은 숨기고 가명으로만 기재한다는 것.

이 골프장의 김 모 부장은 "솔직히 공무원이 자기 돈으로 골프할 수 있겠느냐"며 " 예전처럼 공무원들은 아예 골프를 못하게 하면 공무원이 아닌 민간으로도 큰 영향을 미친다"며 걱정했다.

지방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부산 인근에 소재한 한 골프장도 이번주 들어 예약취소를 10건 받았다. 알만한 사업가와 공무원이 낀 팀도 있었는데 25일 토요일로 예약했다가 이틀 전 취소해 버렸다는 것.

예약을 담당하는 A골프장의 프런트 직원에게 전화가 몰려 이유를 물어보니 "다 아는 것 아니냐"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정부의 공무원 골프 제한에 대해 골프장 업계는 '흘러간 레코드'라는 반응이다.

공직자 기강 확립을 위해 걸핏하면 골프금지령이라는 철퇴를 내렸지만 얼마 못가 흐지부지됐다는 것.

하지만 눈치껏 골프를 하는 사례도 꽤 있다. 여주의 한 골프장 관계자는 "이해찬 전 총리의 골프파문 와중에도 '골프백 이름 바꾸기' '빈손으로 방문하기' 등 마음만 먹으면 피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으로 공무원의 골프는 계속됐다"고 전했다.

어떤 사람은 골프장에 갈 때 아예 이름표를 2개 가져가 현장에서 명찰을 바꾸는데 명찰의 이름은 아들이나 지인 이름으로 대체된다.

아예 빈몸으로 골프장에 도착해 렌탈채를 사용하는 사례도 있다. 암행감사가 떠도 골프장측에서 라운드 명단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클럽하우스 앞에 놓인 백을 조사하거나 차량을 확인하는데 그치기 때문이다.

결국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고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것이 공직자들의 골프금지령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염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파주에 위치한 한 골프장 사장은 "지난 겨울 눈이 많이 와 매출에 타격을 받은 데다 금지령까지 내려 골프장사업을 천직으로 삼아온 사람으로서 이래저래 착잡하다"고 하소연했다.

결국 공직자 골프금지령은 반짝 효과는 볼 수 있겠지만 마음만 먹으면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이 많아 실효성도 적고 약발도 금방 떨어지는 데다 골프장측에 부담만 안겨준다는 것이 골프업계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