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테니스' 의혹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이명박 서울시장이 검찰에 고발됐다.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위원장 정종권),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권승복),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본부장 안병순)는 22일 오후 이 시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및 직권남용,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 시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검찰의 수사를 촉구했다.

다음은 민노당이 제기하는 이 시장의 의혹 사항.

<특가법상 뇌물수수>

잠원동 테니스장 운영권과 관련된 로비의혹을 받고 있는 선아무개 전 서울테니스협회장 측으로부터 이 시장이 남산 테니스장 사용료 2000만원을 대납받은 의혹.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서울특별시와 서초구청이 세금 54억원이 투입된 대규모 건축물인 잠원동 테니스장을 건립하는 과정에서 학교부지 해제 절차를 피하기 위해 이 시장이 부하 직원들에게 관련 법령을 탈법적으로 회피하도록 명령해 직권을 남용했는지 여부.

이와 함께 이 시장이 공공시설 설치시 관련 법령을 엄격히 준수하고 시민의 세금 낭비를 막아야 하는 서울특별시 행정의 총괄자로서 그 직무를 유기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수사하도록 검찰에 의뢰했다.

폭우·공무원노조 파업... 테니스 시기도 논란

한편 이 시장이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폭우가 쏟아져 피해가 잇따르는 등 방재당국에 비상이 걸려있던 상황 등 '부적절한 시기'에 테니스를 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를 놓고 정치권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황제테니스에 이어 대납의혹, 상량문 오만사건, 폭우 속 테니스까지 이어지는 이명박 시장 1인 치하의 '서울특권공화국'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

"이명박 시장은 주말에 1~2만원의 대중테니스를 쳤다. 그런 이 시장이 '황제 테니스'를 쳤다면 이해찬 전 총리는 '옥황상제 골프'를 친 것과 다름없다." (구상찬 한나라당 부대변인)

이 시장을 향한 포문은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이 먼저 열었다. 박 대변인은 22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이 시장의 대권 꿈이 테니스네트에 걸려 넘어지고 있는 느낌"이라며 "서울이 물에 잠기고 이재민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폭우 때 테니스 치기 위해서 그렇게 실내테니스장을 열심히 만들었던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의 비판은 이 시장뿐만 아니라 '골프 파문'으로 물러난 이해찬 총리까지 묶어 두 사람에게 향해 쏟아졌다.

박 대변인은 "이렇다 보니 이해찬 총리가 빨리 그만두기 잘 했다고 생각된다, 골프에 빠진 총리가 이명박 시장처럼 실내 골프장 짓겠다고 했다면 큰일날 뻔했다"며 "이 총리와 이 시장은 제왕적 특권의식이 낳은 일란성 쌍생아"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은 지금 황제가 되고픈 특권정당의 고위정치인의 행태에 대해 분개하고 있다"며 "(두 사람 모두) 국민에게 사과하고 반성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열린우리당도 가세했다. 이규의 부대변인은 "서울시민들이 폭우피해를 당하고 있던 때 테니스를 친 것은 시민들의 안전과 재산을 책임질 시장으로선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황제의 꿈에 젖어 부도덕하고 공직자의 윤리의식이 마비된 이 시장에게 서울시민들이 더 이상 기대할 것은 없다"고 비난했다.

한나라 "이 시장이 황제테니스라면 이 전 총리는 옥황상제 골프"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정치공세'라고 규정하고 맞섰다. 구상찬 부대변인은 "테니스 사건에 대해 이 시장이 즉각 진지하게 사과했고 추가 의혹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는데 열린우리당에서 지나치게 침소봉대하고 있다"며 "이 총리의 골프와 이 시장의 테니스는 전혀 내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구 부대변인은 "집권당이 어렵더라도 체통을 갖춰라"며 "테니스 문제로 졸렬하고 야비한 정치공세는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반격했다.

한편, 이 시장은 토요일이었던 2004년 7월 17일 오후 남산 실내테니스장에서 테니스를 쳤는데, 당시는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쏟아져 피해가 곳곳에서 발생하는 등 방재당국에 비상이 걸려 있던 시기였다.

또 이 시장은 같은해 전국공무원 노조의 파업 돌입을 하루 앞둔 일요일인 11월 14일 민주노총이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을 당시에도 남산테니스장에서 테니스를 친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