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동아일보 부적절한 관계, 부적절한 곳에서

최연희 의원은 성추행 사건이 있은지 열흘이 지난 지금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24일 밤 한나라당 지도부와 동아일보 기자들이 술판을 벌이고 성추행을 벌인 그 현장을 직접 찾아가봤다.

식사한 곳과는 다른 2차 노래방은 어딘가?  

▲ 김현미의원, 김형주의원, 서영교 부대변인 등이 최연희 성추행 장소로 알려진 ‘M’ 식당앞에서 기자 설명회를 하고 있다.2006.03.09.

9일 열린우리당은 김현미 의원과 김형주 의원, 서영교 부대변인 등 성추행,성폭력 추방대책위원회 차원에서 최연희 의원 사퇴를 위해 술판이 벌어졌던 모 한정식집을 직접 방문했다.

이날 방문은 식당에서 기자들을 꺼릴 것을 염려해 애초에는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연희 의원이 사퇴를 안하고 숨어다니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일부 기자들에 공개해 식당 앞에서 몇가지 인터뷰만 진행됐다.

기자들이 여당측 의원들과 식사를 하고 나오면서 지배인을 통해 확인한 결과 당시 한나라당 지도부와 동아일보사측은 식사만 하고 2차는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이 파악됐다.

당초 음식점 지하에 노래방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지배인을 따라 들어간 곳은 식당 부식재가 쌓여있는 주차장과 주방사이의 비좁은 골목을 따라 가파르게 내려가는 지하 부식 창고였다. 이 식당측은 노래방이 없다는 것을 이 현장을 통해 보여준 셈이다.

노래방 시설로 알려진 지하는 '식품창고'

  

▲ ‘M’ 한정식집 지하 창고 보일러실. 이 식당엔 지하에 창고외에 노래방이 없다.2006.03.09

김현미 의원과 기자들은 이곳이 사고가 난 장소냐는 얘기에 지배인은 “우리집에는 노래방이 없다”며 “지하라고는 여기뿐이다”라고 말하며 스티로폼으로 가려져 있는 보일러 실을 열어주며 “지하라고는 여기 외에 보일러실이 전부”라고 하소연했다.

지배인은 “당일날 의원들이 식사를 한 것은 저녁8시부터 10시까지였고 박근혜 대표등 일부 일행은 5분전에 먼저 나갔다”고 증언했다. 이때 지배인이 주자창까지 나가 손님들을 배웅했다고 전했다.

음식값에 대해서도 종업원들은 서로 다른 주장을 했다. 모일간지 기사에 나간 500만원에 대해서 묻자 지배인과 계산대의 종업원은 “의원들이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확한 가격은 모른다”며 “모든 전표는 사장이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식사값에 대해서도 일부 종업원은 “4만원”이라고 얘기하는가 하면 일부는 “6만원”으로 얘기하고, 술값에 대해서도 “양주는 가지고 왔다”며 “맥주는 5천원”이라고 얘기했다. 그러나 다른 종업원은 “온지 얼마 안돼 잘 모르지만 다른 집에서는 6천원한다”며 음식값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한나라당과 동아일보는 24일밤 행각 전모를 밝혀야 

▲ 한나라당과 동아일보가 간부들이 24일 저녁을 먹은 ‘부적절한 권언유착’의 현장. 오른쪽의 TV는 노래방이 아니라고 증언했다.2006.03.09

그러나 여러 증언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재현하면 오후 8시에 도착한 박근혜 대표 일행과 동아일보사는 식사를 하고 서로 술을 마셨고, 9시 55분 박대표 일행과 동아일보사 간부들이 먼저 자리를 떴다. 이후 최연희 의원 등 다른 의원들과 기자들이 2차로 노래방이나 다른 주점으로 자리를 옮겼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날 현장검증을 통해 제기된 의혹은 그 노래방의 위치가 어디냐는 것이다. 처음 보도가 나간 동아일보 기사에도 “이 음식점 내 노래시설이 갖춰진 방에서...(생략)”라며 분명히 “이 음식졈임이 나와 있다.그런데 지하실에는 주차장과 식품창고만 있었던 것이다.

김현미 의원, 성추행 현장 재검증

현장은 식사한 음식점과 연결된 또다른 불법노래방

김현미 의원이 종업원들의 머뭇거림이 의심스러워 다시 이 한정식 집을 찾았다. 그때서야 이 식당 종업원은 한정식 집과 통하는 바로옆 H 한정식의 지하에 노래방이 있다고 실토했다. 그곳은 현재 ‘폐쇄된 상태’로 바베큐 통으로 가로 막혀 있었고, 지하로 통하는 문 앞에는 ‘개조심’이라는 글씨가 써있었다.

김현미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일반 한정식 집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식당 관계자들이 처음에 노래방이 없다고 증언을 했던 것 같다”면서 “이 노래방은 처음 식사를 한 곳과는 다른 한정식집에 딸려있는 노래방인 것 같다”고 말했다.

동아일보와 이계진 한나라당 대변인도 사건뒤 “1차에서 식사를 하고 그 음식점에 있는 노래주점에서 2차 술자리를 가졌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한나라당 지도부와 동아일보 기자들이 불법 시설에서 노래를 부르고, 술판을 벌였다는 얘기가 된다. 그야말로 불법시설에서 불법(성추행)을 저지른 셈이다. 24일 밤의 권언유착과 그 이후 성추행을 저지른 최연희 의원에 대한 문제를 넘어 이제는 한나라당 지도부가 이 불법행각에 대해 해명을 해야 하는 궁지에 몰리게 됐다.

정황상 불법 노래방에서 ‘여성 도우미’들이 출석했는지 여부도 관심사다. 최 의원이 “음식점 주인인 줄 알았다”고 밝힌 점으로 미루어 정확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당시 현장에 몇명의 여성이 어떤 경위로 자리하게 됐는지도 밝혀야할 부분이다.

현장조사에서 밝혀진 사실과 동아일보의 기사, 한나라당의 해명이 다르다는 것이 분명히 밝혀진 지금, 한나라당과 동아일보는 당시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는 것이 열린우리당 조사반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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