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로서, 언론인으로서 선전해 온 인생을 언론인으로서 마치고 싶다. 만약 파워를 쫓았다면 이미 그 파워를 향유하고 있는 ‘기자’라는 직종만큼 더 큰 명예와 파워가 있는 직종이 어디 있겠느냐.”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원도지사 출마설로 최대 이슈가 돼 온 MBC 특임이사 엄기영씨가 ‘지방선거 불출마’라는 당초 입장을 재천명했다.

엄씨는 지난 9일 기자협회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이미 누릴 수 있는 만큼 분에 넘치는 권력과 명예를 향유하고 있어 ‘기자’로서 있는 동안만큼은 더 이상의 권력이나 명예를 좇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아울러 그는 “공중파 방송에서 매일 저녁 시청자들과 만나는 그런 명예는 어떤 정치인보다 명예가 더 큰 일”이라고 덧붙였다.

10일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엄씨는 “언론의 위상과 위신은 스스로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언론이 권력을 감시하다 보니 권력 지향적이 돼 마치 내가 정치권으로 가야만 이야기가 되는 것처럼 보도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차라리 언론은 ‘가서는 안된다’는 등의 언론 스스로가 보호하는 그런 기사를 썼으면 좋겠는데 정치권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당사자에 대한 확인없이 일방적인 주장만을 바람직하지 않은 풍토가 나타나고 있다”며 최근의 자신에 대한 언론의 보도 분위기를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정계 진출설과 관련된 보도에 대해선 “저에 관한 기사를 쓰는 기자들은 당사자의 입장을 묻는 전화는 거의 하지 않고 기사를 쓰는 것 같다. 오히려 정치권에서 동문들을 동원해서까지 더 많은 접촉을 하는 분위기”라며 확인 없는 보도방향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엄씨는 “언론인들의 대부분은 다양한 직업군 가운데 가장 험난하다고 평가됨에도 불구 ‘사회감시자’로서, 또는 더 나은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메신저’가 되겠다고 이 직업을 선택한 것 아니냐”면서 “이런 언론인들만큼은 서로 존경하고 유대와 연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엄씨는 뉴스에 대해서도 “현장에서 뛰는 젊은 기자들도 많지만 기자생활을 오래한 선배기자들이 보는 시각도 무시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시청자들과 친숙한 ‘스타 기자들’이 좀 더 묵은 된장 맛 같이 깊이 있게 서비스하는 뉴스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엄 씨는 “언론인 생활이 다 끝나고 나면 고향에 내려가 살면서 고향에서 봉사할 시간이 마련되지 않겠냐”며 “더욱이 그 때가 되면 꼭 정치가 아니더라도 ‘기자’가 아닌 다른 직업선택의 자유도 있을 것”이라고 말해 퇴직 이후의 정치권 진출에 대한 가능성도 전혀 배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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