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실 문제와 관련, 일선 취재기자로서 다수의 공무원, 언론사(주로 마이너 언론) 기자들로 부터 가장 많이 들었고 지금도 역시 듣고 있는 얘기이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공공기관의 기자실 폐쇄 조치 발표 이후 각 사회단체를 비롯, 특히 공무원 노조의 주도하에 전국적으로 기자실 폐쇄---> 브리핑룸 전환으로 이어져 왔다.

현재 경기도만 하더라도 31개 시.군 중 약 절반은 기자실을 폐쇄했고(브리핑룸도 없음) 기자실을 브리핑룸으로 전환한 곳도 꽤 된다.(그 중 경기도청을 비롯한 일부 기초단체는 브리핑룸내에 별도의 송고실을 겸한 기자실을 설치한 곳도 여러군데 있음) 

그나마 브리핑룸에 대해서는 이런 얘기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실제 브리핑룸을 방문해 본 기자들이나 공무원, 일반 시민들은 알 것이다. 이곳은 공공기관의 책임있는 위치의 공직자들이 정책발표 등 특정 이슈에 대해 발표와 질의 응답을 하는 곳이며, 또한 시민사회단체가 논평 등 브리핑만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브리핑룸의 공간 배치 역시 단순하다. TV에서 보듯 극장식 형태로 구성, 기자들이 앉은 책상은 칸막이도 없고 오직 인터넷으로 기사 송고만 가능할 뿐이다.

▲ 경기도청 지방지 기자실

예전에도 그랬고, 아직까지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곳이 기자실이다. 필자가 주로 출입하는 경기도의 도청 기자실과 브리핑룸을 한번 가 보자.

경기도청 구본관 정문 2층 계단을 올라가면 좌측 첫번째 문이 지방지 기자실이다. 바로 옆이 브리핑룸, 또한 우측으로는 중앙지 기자실이 자리잡고 있다. 이 공간들의 대략 크기는 약 200평방미터(약 70여평) 정도이다.

그나마 지방기자실과 중앙기자실 가운데에 브리핑룸이 만들어 진 것도 불과 3년전. 경기도청의 경우, 중앙지. 지방지 모두 예전에도 그랬듯이 지금도 "기자단"이 존재하고 있다. 이 공간은 오직 이들만이 기자실에 상주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다.

왜(?)라고 묻는 시민이 있다면 이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에게 확인해야 할 것 같다.(지난 2006년 하반기 필자가 기자실 무상 사용관련, 법적 근거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한데 대해 경기도청에서는 제대로 답변을 못했으며, 공보관실(현 대변인실)측은 기자에게 알면서 왜 그러냐는 표정만 짓고 있음) 

현재 도민의 재산 즉, "공유재산"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특권(특혜)을 부여받은  지위에 있는 부류는 바로 도청 기자단 소속 상주 기자들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2편 "중앙 - 지방정부 모두 실정법 위반" 에서 위법부당 사례로 엄연한 "직무유기"임을 고발하고자 한다)   

▲ 경기도청 지방 기자실.(이곳은 지방지 기자실내에서 주로 60~70 노년층 기자들을 위해 별도로 재공된 공간이다)

이 중 약 10%는 브리핑룸에서 거처(?)하고 나머지 50%는 신문사나 개인 사무실로 가서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이외 인근 경기도의회 3층에 소재한 송고실을 겸한 자그마한 브리핑룸(약 20평)이 있어 이곳에 지방지 기자 약 10여명이 상주하고 있다.       

경기도청 기자실이 지금의 형태로 좌측에 지방지 기자실, 가운데에 브리핑룸, 우측으로 중앙지 기자실로 분리된 것은 불과 3년전.

현 정부가 기자실 폐쇄 및 브리핑룸 전환을 강력히 추진해 왔음에도 경기도청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은채 중앙-지방 기자실이 존속돼 오던 와중, 지난 2004년 10월경 당시 지방 모 일간지에 근무하고 있던 필자와 현직 경기지역 모 일간지 편집국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H씨 등이 모의를 해 기존 기자단 위주의 기자실 운영의 폐쇄성과 독단적 행태에 맞서 기자실내에서 약 1주일간 집단 시위를 벌인적이 있다. 

기자실내에서의 시위 이유는 오직 하나, 간단명료하다. "도민의 재산으로서, 공공청사 사무실인 기자실을 공동 사용하도록 해 달라" 는 것이었다.

기자단이라는 이름의 저들 상주 기자들의 기자실 전용 사용권은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지 않았으며, 또한 법적으로도 무상 사용할 수 있는 지위가 아니며,  더구나 이는 엄밀하게 따지면 경기도청에서는 기득권 언론들에 대해 오랜 관행속 특혜를 묵인.방조해 온 직무유기 사안이었음을 주지하고자 한다. (실정법 위반은 2편에서 구체적으로 지적)

당시 경기도지사는 현재 대선 주자인 손학규 전 지사였고, 공보관(현 대변인)은 지난해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현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인 차명진 의원(부천 소사).

난데없이 아웃사이더 기자들이 기자실을 점령한 초유의 사태에 경기도청이 발칵 뒤집혔고 난리가 난 것이다. 이는 즉시 손학규 지사에게 보고됐고 차명진 전 공보관은 점령군(?)에게 연신 업소와 회유, 합의를 유도하기도 했다.

물론 기세등등했던 기존 기자단 소속 기자(반발한 기자들은 대다수가 60~70대 노장기자들임)들이 들고 일어난 것은 당연했고 이들 역시 아웃사이더 기자 일부가 기자실을 점령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것 같고 초유의 사태에 크게 당황했다. 

그러나 점령군들도 만만치 않다. 면면들을 보면 모두 승질 드럽다고 평이 나 있었고 게다가 법적으로나, 논리적으로 당할 자가 없음을 자신하고 있었다. 더구나 법제도를 떠나 명분에서 이길 수가 없는 것이다.

▲ 손학규 전 지사와 차명진 의원(전 경기도청 공보관)

점령군들의 태도는 단호했으며 약 1주일 후 차 전 공보관으로 부터 자신의 사무실에서 만나자는 전갈이 왔다. 뭔가 도지사로 부터 모종의 오더를 받았음을 감지했고 점령군들은 그 즉시로 기자실 바로 윗층인 3층 차 공보관 사무실로 올라갔다.

불과 며칠새 그의 얼굴은 많이 상해 있었고, 기자단으로 부터 얼마나 많은 공격을 받았으며, 마음 고생을 많이 했을까 하는 애처로운 생각이 들어 한편으로 미안한 생각이 먼저 들었다.

대뜸 그가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겠다면서 "기자실을 전면 브리핑룸으로 개편하겠다. 다만 현재의 기자실을 축소해 기자실 추세가 브리핑룸 전환이니 이를 신설하겠다"고 말했다. 차 공보관은 이어 "다만 축소될 예정인 현재의 지방지. 중앙지 기자실은 존속하되 칸막이를 없애고 개방형으로 만들어 출입기자이든 시민이든, 누구나가 공동으로 사용하도록 설계. 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특별한 기대를 한것은 아니었지만 예상보다 파격적인 이 대안에 우리 점령군들이 되려 놀랐다. 물론 그 즉시로 무조건 O.K했다.

이 즉시 차 공보관은 휴대폰으로 손 전 지사와 통화를 시도했고, 이 합의안은 그 죽시 효력을 발휘해 약 보름후 경기도청은 기자실 대수선(비용은 2억 7천만원으로 기억됨)에 착수, 연말까지 공사가 진행돼 현재의 기자실과 브리핑룸으로 근사하게 변신했다.

▲ 지난해 3월에도 경기도청 기자실의 폐쇄적 운영에 대해 시민일보 경기도청 주재 최모 기자가 도청 정문앞에서 피켓을 든 채 항의 시위를 했다.

새해를 맞아 경기도청 기자실을 첫 방문한 날, 아뿔싸! 이게 웬일인가? 기자실마다 웬 칸막이가? 

이 와중에 경기도청에서 반칙을 했던 것이다.

도청에서 당초 약속한 바 있는 기자실내 칸막이를 없애고 송고 테이블과 의자만 두기로 했던  기존 약속을 깨고 또 다시 칸막이를 설치한 것이다.  더구나 지방지 기자실에는 60~70대 노장 기자들을 예우한다며 중앙에 벽체를 전면 막은채 기자실내 별도의 기자실로 활용하도록 배려까지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도민 혈세로 수억이나 들여 폐쇄적인 기자실을 시대적 추세에 맞춰 변경하겠다고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도지사와 공보관이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해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고 곧장 가서 따져 물었더니 차 공보관 왈,

"권형! 나도 죽겠습니다. 진정성은 충분히 알고 있으니 이제  그만해 주세요. 저 노인분들이 쓰러지면 권형 죽을때까지 원망 들어요"

차 공보관의 이 한마디에 더 이상 할말을 잃었다. 

아니 그럼 기자실 문제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 노인들이 쓰러져 무슨 일이 생긴다면 다 내 책임, 아니 점령군 책임이란 말인가? 차 공보관 아니, 차 의원님 이 무슨 궤변이란 말이요!

이 사건 이후 점령군들은 대다수가 기자실을 접수했다. 없던 자리가 하나씩 생겼다는 의미이다. 유일하게 필자만 사건 이전에도 그랬고, 이후 현재까지도 경기도청 기자실에 앉아 보지 못했다.

그럼 왜 그 욕을 먹으면서 기자실 폐지를 주장하며 기자실을 점령한 채 시위했는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이미 그들 '특권층들만의 공간' 으로 전락한, 또 이를 묵인하고 방조하는 공무원들의 묵인.방조 등 못된 버르장 머리들을 기회가 돼 뜯어 고칠려고 한 액션이었다.

잘못된 관행은 폐습을 낳게 되며 소위 "기득권 만세! 우리끼리 천년 만년 잘해 보세!"로 흘러 갈 소지가 다분할 뿐더러, 이로 인해 부정.비리.야합.담합 등 각종 폐악들이 꾸역꾸역 생겨나기 십상이다.

중앙을 포함한 지방 역시 일부 기득권을 주장하는 언론의 둔탁한 자화상을 감시.통제하는 기능은 현재로서는 전무하다. 이는 실로 부끄러운 일로서 자성을 촉구한다. 

그 일 이후 필자에게도 자리가 배정되긴 했으나 제대로 앉아 보지 못했다. 아니 설령 앉아 달라고 해도 그곳에 앉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기자실에 상주해서는 일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 저기 취재원을 상대로 취재 다니기에도 하루하루가 바쁘기 때문이다. 앞으로 기자생활을 끝내는 그날까지 공공청사의 기자실에 상주해 활동할 일은 절대로 없을 것 같다.

<2편> "공공청사 무상 사용은 실정법 위반"이 이어집니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