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권의 영입설을 강력하게 부인하며 정계 진출에 뜻이 전혀 없다는 엄기영앵커. 사진제공=mbc]

“현직 언론인을 마치 같은 당원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정치 선진국에서는 이런 예가 없는 것으로 안다”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의 진행자 손석희 교수는 2일, 방송에서 엄기영 앵커의 이같은 발언을 전했다.

엄 앵커는 정치권에서 강원도지사 공천설이 흘러나오던 지난달 20일 ‘뉴스데스크’ 끝내면서 마무리 멘트로 “여야가 선거를 앞두고 좋은 인재를 발탁하는 거야 나무랄 일이 아니지만 외로워야 할 직업군이 있다. 판검사 등 법조인과 기자 등 현직 언론인들은 어떤 금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정치권 진출의사가 없음을 못박았다.

엄앵커의 이같은 발언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엄 앵커의 영입설이 꾸준히 나돌고 있다. 이러한 영입설을 들으면서 우선 말하고 싶은 것은 정치권은 엄기영  앵커를 흔들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우리 방송 뉴스의 공신력의 추락 원인중 하나가 브라운관 전면에 나서는 앵커를 하다가 대중적 인기를 발판으로 정치권으로 옮겨간 언론인이 너무 많은 것이었다. 엄기영 앵커의 말마따나 1950년대 앵커 시스템을 맨처음 도입해 앵커가 대중적 인기를 얻는 미국 방송계에선 앵커가 정치권으로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미국 CBS의 월터 크롱카이트는 1951년 앵커를 시작해 1981년 은퇴할 때까지 전설로 남을 정도로 앵커의 신화를 만들었다. ‘크롱카이트는 한밤중에 30분간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올림푸스 신전으로부터 땅에 내려온 신화 속 인물이었다.

시청자들은 그를 절대적으로 신뢰했다. 시청자들은 크롱카이트 자신이 만든 대사를 방송한다는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라는 ‘앵커들’의 저자 로버트 골드버그의 말은 미국 앵커의 권위와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월터 크롱카이트 이후 로저 버드, 댄 래더, 톰 브로커, 피터 재닝스 등이 뒤를 이었고 여성 앵커로는 바바라 월터스  등이 이름을 날리는 앵커로 활약했다.

신적 권위를 지녔다는 크롱카이트는 정치권에 제의를 받고 한마디로 거절했다. “정치는 믿지 않지만 수많은 시청자는 나를 믿는다. 나에게 신뢰를 보맨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뉴스의 최선의 진행으로 보답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우리 언론인들은 언론계 종사 경력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정계에 진출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서는 앵커를 비롯한 방송인들의 정계진출이 눈에 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TV 뉴스는 감정과 개성이 있는 진행자에 의해 전달되는 특성을 갖고 있기에 활자로만 전달되는 신문 뉴스와 비교해 뉴스 전달자의 음성이나 용모, 태도로 인해 영향을 받는다. 이로 인해 TV뉴스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뉴스 전달자인 앵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사회적 영향력 또한 앵커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과 대중적 인기가 높을수록 확대돼간다.

우리 방송에서 앵커의 인기와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TV 스타로 각광받아 이를 발판 삼아 정관계로 진출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앵커 출신중에 정계로 진출한 사람은 한둘이 아니다. 정동영 , 박성범, 이윤성, 류근찬, 맹현규, 박영선 등이 앵커의 인기를 바탕으로 정계에 진출한 경우다.

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견보다는 비판적인 의견이 많다. 앵커로서의 가장 중요시되는 덕목으로 꼽는 것은 학자나 현업 종사자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감이다.

시청자들이 자신의 눈앞에서 뉴스를 전달하는 사람을 믿게 하는 것은 뉴스 전달을 하는 앵커로서 필수적인 조건이다. 정치권으로 옮겨가는 앵커들로 인해 시청자들은 앵커의 자질중 가장 중요한 신뢰감에 의구심을 표명한다.

“과연 정치권으로 옮겨갈 생각을 한 앵커가 멘트에서부터 어조에 이르기까지 공정했을까”라는 의구심을 갖는다. 이 의구심은 앵커의 불신으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언론의 불신으로 이어진다.

정당들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중적 인기가 있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 앵커 등 방송인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엄기영 앵커의 말처럼 방송인은 방송현장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게 만드는 것이 정치도 살고 언론도 산다.

앵커의 자세에 따라 뉴스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영향을 받는 시대에서 앵커는 바람에도 흔들림 없이 배를 고정시켜주는 닻(앵커)같은 부동심으로 방송 뉴스를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엄기영 앵커는 뉴스를 지키고 싶어한다. 제발 정치권은 이런 엄기영 앵커를 흔들지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