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중 정보화 단절 방지 방안을 강구하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2004년 2월)에 따라 국방부가 군 장병의 정보화 격차 해소를 위해 진행중인 중대 인터넷 PC방 사업(정식명칭 사이버지식정보방 사업)이 본래 취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어 파문이 예상된다고 인터넷 데일리 서프라이즈가 3일 보도했다.

데일리 서프라이즈에 따르면 국방부가 예산상의 문제로 사업 자체를 민간자본투자사업(BTO·Build-Transfer-Operate)으로 전환하면서 이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군인공제회에 대한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군과 ‘특수 관계’에 있는 군인공제회가 병사들에게 인터넷 PC방 사용료를 받으려 하는 등 이 사업에 대해 국방부에 지속적인 수익 보장을 요구하면서 일각에서는 ‘현역 군 장교·부사관의 목돈마련을 목적으로 하는 군인공제회가 병사들의 월급을 털어 다시 군 간부들의 주머니를 채운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애당초 중대 인터넷PC방 사업은 군인공제회 몫?

중대 인터넷 PC방 사업은 국방부, 교육인적자원부 등 정부 11개 부처가 범정부적으로 지원하는 군 인적자원개발 종합계획의 일환으로 전군의 중대급 부대에 인터넷 PC가 보급된 사이버 지식정보방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군 복무중인 장병들이 자유롭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해 군복무 여건을 개선하고 장병들이 원하는 어학공부나 각종 자격증 취득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에 국방부는 2004년 7월, 75개 중대에 인터넷 PC방을 설치해 시범 운영했으나 운용예산 과다 소요 및 설치환경 등의 문제로 인해 2005년 3월경 사업을 민간주도의 민간자본투자사업으로 전환을 결정했다.

그런데 문제는 국방부가 이 사업의 주체로 군인공제회를 염두에 두고 사업 자체가 진행됐다는 의혹이다.

데일리서프라이즈가 단독으로 입수한 국방부 내부 문건들에 따르면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 곳곳에서 군인공제회가 사업을 주도해야 한다는 문구가 발견되고 있다.

2004년 11월, 국방부 정보화 기획관실에서 작성한 ‘중대 인터넷PC방 사업 개선방안 검토 보고’(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실 국방부 요청 자료)에 따르면 중대 인터넷 PC방이 장병 사기·복지 측면 등에서 필요하나 운용예산 과다소요(2009년 이후 매년 119억원 소요) 등의 문제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개선 방안으로 중대당 신형 PC 16대를 설치하는데 이를 ‘군인공제회 주도로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군인공제회 주도로 사업을 추진할 경우 회선료는 국방예산으로, 정비료는 병사 부담으로 해 연 53억원의 예산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일종의 수의계약 형태로 진행이 되려던 이 사업은 현 윤광웅 장관이 “계약 내용을 치밀하게 검토하라”는 지시에 따라 관련 법령 검토 등을 통해 민간투자법상 민간투자사업(BTO)으로 사업 추진이 변경된다.

그런데 이러한 내용이 담긴 ‘중대 인터넷 PC방 사업추진 중간보고’(2005년 3월 4일) 문건에도 “기존의 군인공제회에서 추진해 오고 있는 사업이므로 민간제안사업으로 추진함이 타당함”이라는 문구가 발견된다.

이후 2005년 1월 17일부터 4월 16일까지 각 군과 군인공제회가 합동으로 설치 부대 현장 실사를 했고 그해 5월 군인공제회가 민간사업제안서를 제출한다.

군인공제회의 사업제안서에 대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3개월여 기간 동안 예비 타당성 검토를 거치면서 국방부는 9월 사업 추진 방식을 민간자본투자사업(BTO)으로 지정하게 되고 사업을 제안한 군인공제회 외 ‘제3자 제안’(2005년 9월 15일)을 공고하게 된다.

제3자 사업제안 공고는 군인공제회 선정 위한 요식 행위?

제3자 제안 공고 과정에서도 국방부가 군인공제회에 특혜를 주고 있다는 의혹이 발견된다.

국방부가 제3자 사업제안 공고를 낸지 불과 15일 만에 참여 업체들에게 사업제안의향서 제출을 요구했고 이 사업제안의향서를 제출한 업체에 한해 공고일로부터 90일 이내 구체적인 사업제안서 제출을 요구해 사실상 타 업체의 참여자체를 막으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와 함께 군인공제회가 이미 2005년 1월부터 4월까지 각 군 본부와 국직부대와 협조해 설치 환경에 대한 현장 실사를 마친 상황에서 타 업체에 대해서는 육·해·공군 별로 각 하루씩의 현장 공개를 한 것도 이러한 의혹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 업체 관계자는 “대규모 사업의 경우에는 협력업체를 설득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만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사업제안의향서를 불과 보름만에 제출하라는 것은 사실상 최초 제안자인 군인공제회에 대한 특혜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제안 공고에 보면 수익에 대한 보장을 안 해주겠다고 하는데 그럴 경우 어느 누구와도 TF를 구성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자격 조건을 갖추지 못한 군인공제회가 1순위 우선협상대상자?

군인공제회가 이 사업의 1순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도 자격을 두고 시비가 일었다.

일반적으로 민간제안 사업의 경우에는 최초 사업 제안자에게 10%정도의 가산점을 부여하지만 한국개발연구원은 군인공제회가 제안한 사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군인공제회에게 우대 점수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 적정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이유로 한국개발연구원은 총사업비 항목 중에 부대비에 부대현장 실사비용, 수요예측 평가비용, 사업계획 컨설팅 비용을 반영하고 있는데 이는 △사업 시행을 위한 비용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과 △전담인력 및 인건비 과다 계상, △이 사업의 부속 사업(인터넷 전화 등)을 부대사업으로 제안하고 있는 점 등을 들었다.

결국 군인공제회 외에 5개 업체가 2005년 9월 30일 사업제안 의향서를 국방부에 제출했고, 이 가운데 1개 업체가 컴소시엄을 구성해 정식으로 사업제안서를 제출했다.

이후 12월 15일부터 16일까지 이틀간 이뤄진 사업제안서 평가에서 군인공제회가 881.3점(총점 1000점)의 평가점수를 받아 815.7점을 받은 다른 업체를 따돌리고 1순위 우선협력대상업체로 선정됐다.

그런데 국방부가 제안 공고 때 정한 사업제안자 자격요건에는 “사업신청자는 유·무선 인터넷을 운영할 수 있어야 하며, 특히 유선인터넷이 지원 불가능한 산악 및 도서지역에 인터넷을 제공할 수 있는 위성인터넷 송·수신 시스템을 보유 및 운영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군인공제회는 이러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위성인터넷 송수신시스템을 보유·운영하기 위해서는 위성기지국 시설이 있어야 하고 정보통신부 산하 체신청으로부터 무선국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국내 위성지구국 시설 현황 등에서 군인공제회란 이름을 찾을 수는 없다.

이에 대해 군인공제회는 △D회사의 설비를 임차했기에 자격에 문제가 없고 △최초제안자인 만큼 사업공고에서 요구하는 자격을 갖출 필요가 없으며 △사업과 관련된 총 소요 인터넷 회선이 1400여개 인데 그 가운데 무선은 불과 80여개에 불과하기 때문에 중요치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 업체 관계자는 전했다.

당시 사업제안서를 제출한 이 업체 관계자는 “국방부가 제3자 제안 공고를 낼 때 일부 대기업에서는 ‘이 사업의 주체로 이미 군인공제회가 내정됐으니 입찰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도 나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평가위원 선정에 있어서도 기술 분야나 법률 분야는 3배수로 평가위원 후보를 올려서 그 가운데 선정했는데 재무 분야는 군인공제회를 고객사로 두고 있는 S회계법인의 공인회계사 2명을 1배수로 올려 선정했다”며 평가 과정에서의 의혹도 제기했다.

군인공제회, 병사들에게 438원 사용료, 국방부에 수익 보장 요구

중대 인터넷 PC방 사업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부분은 6만5000원 정도의 군인 월급(상병 기준)에서 시간당 사용료를 받는 것이다.

이는 이 사업이 운용예산 과다 소요 및 설치환경 등의 문제로 인해 민간주도의 민간자본투자사업으로 결정되면서 업체가 사용자의 사용료로 투자비를 회수해야 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국방부의 ‘사이버 지식정보방 사업추진 관련 보고’(2005년 9월 13일) 문건에 따르면 군인공제회가 제안한 사업 내용에는 1단계 설치 예산 소요가 1315억원(10년 기준)이며 이 가운데 설비 투자비가 480억원, 재투자 및 운영유지비를 835억원으로 잡혀있다.

그러면서 시간당 병사 사용료는 450원이며 주당 사용시간은 1.8시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군인공제회가 제시한 사업제안서에는 사용료 438원에 주당 사용시간 1.62시간이라고 명시돼있다.

그런데 주당 1.62시간이란 시간은 월 3회 이용에 못 미치는 것으로 이 사업의 본래 취지인 군 장병의 정보화 격차 해소는 물론이고 어학 공부나 각종 자격증 취득을 위해서는 부족하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이다.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은 이에 대해 “병사들에게 인터넷 사용료를 받아서는 안 되고 이를 국방 예산으로 충당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국방부가 군 장병들의 복무 환경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업자들이 돈 버는데 신경을 쓴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군인공제회는 이 사업에 대해 국방부에 지속적으로 수익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국방부가 사업 공고 시에 운영수입의 보장 및 환수에 대해 “운영수입 보장 계획은 없다”고 못 박은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요구이다.

군인공제회는 사업제안서를 통해 정부 지원 사항으로 △수익보전 대책 보장 △부속사업 시행 보장 △군인공제회 사업 미수주시 시범사업 투자관련 손실보전 대책 강구 등을 요구했다.

특히 “사이버 지식정보방의 수익은 PC 가동률에 따라 변동되므로 본 사업계획 수립 시 반영된 가동률 65.6%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해당부대 지휘관 또는 일직근무자의 불필요한 통제 방지 대책 필요하다”는 부분이나 “부속 사업에 명시된 인터넷 전화, 사이버상담방, 업무용 인터넷의 설치 수량을 보장하라”는 부분은 군인공제회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요구라는 것이 당시 공고에 참여한 업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아울러 “이 사업을 수주하지 못할 경우에는 시범 사업에 대한 투자금액 손실처리가 불가피 하며 공제회원들의 수익에 차질이 초래되므로 이에 대한 보전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부분 역시 군과 군인공제회가 ‘특수 관계’라는 것을 방증한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는 이러한 관계를 사업제안서에 “군인공제회는 현역 간부들의 목돈마련자금기금을 위해 최소한의 수익 사업 참여는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스스로 밝히면서 군인공제회가 이 사업을 수주해야 하는 이유로 꼽았다.

이와 함께 최근 협상 과정에서도 군인공제회의 수익보장을 명시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협약 전문에는 ‘수익보장을 하지 않는다’고 형식적으로 명시하면서 본문에 들어가서는 ‘민간투자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7%의 수익을 보장하도록 노력한다’는 규정이 들어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여기에는 ‘△군인공제회는 수익창출을 위한 부가적 사업을 할 수 있으며 △수익보장을 위한 사용료 산정을 매년 다시 시행하고 △이 때 사용료를 산정함에 있어서는 부가사업에 따른 수익분도 감안한다’고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군인공제회가 투자율 9.02%를 요구해서 이를 협상 과정에서 7%로 낮췄다”면서 “사용료 부분도 군인공제회가 438원을 요구해 이를 못 박지 않고 차후 병영문화 개선이 이뤄지고 나서 다시 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투자비는 고정인데 병영문화 개선이 이뤄져 인터넷 PC방 사용 시간이 늘어나면 가격은 낮춰져야 하기 때문에 사용료에 대한 산정은 하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업체 관계자는 “처음에는 다른 업체를 아무도 못 들어오게 하고 나중에 수익 보장을 해주겠다고 하는 것은 서로 짜고 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평했다.

이 사업에 대한 국방부 장관의 최종 결제를 앞둔 상황에서 국방부가 어떠한 협상 결과를 내놓을지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어떤 곳?

군인공제회는 군인 및 군무원의 생활 안정과 복지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세워진 복지지원 단체다. 그래서 회원도 하사이상 군인, 군무원, 공무원(국방부, 산하기관), 군인공제회 임·직원으로 한정하고 있다.

회원부담금과 사업 수익금으로 운영되는 군인공제회는 법률상으로는 사단법인의 성격 띠면서 정부보조금 지원을 받을 수 있고(군인공제회법 제 15조), 법인세, 지방세를 감면받는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이런 군인공제회는 산하 사업체로 7개의 직영사업체와 5개의 법인체, 3개의 수탁관리업체(2005년 기준)에 직원수 1400여명을 거느리고 있으며 총 자산 4조 6924억원, 당기 순이익 657억원(2004년 기준)의 거대 단체다.

현역군인 및 군무원·공무원의 80%이상을 회원으로 둔 이 단체는 군수물자를 공급하는 사업체와 군 시설 관리 및 환경사업을 전담하는 업체 등을 두고 있어 사실상 군과 특수 관계에 있다.

시사타임  webmaster@sisati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