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부패방지법 40조, 법령유권해석 정부가 없다”

감사원, 법령 자의적 유권해석 문제 있다 권용석 기자l승인200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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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 편집장 권용석
 

용인경전철과 시 하수처리장 사업을 감사해 온 감사원이 감사결과를 앞둔 상황에서 최근 주민들이 별도로 청구한 행정소송과 관련, 재판에 관한 사항이라며 감사 결과 발표 중지를 표명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함께 해당 법령의 소관 부처인 국가청렴위원회가 해당 조문인 부패방지법 제40조 “재판에 관한 사항”과 관련,  적용 시점을 언제부터 할 것인지에 대해 정부 주무부처로서 이에 대한 명확한 유권해석을 내리지 못하고 있어 사태를 더욱 꼬이게 하고 있다.

이와 관련 감사원도 부패방지법 40조 조문에 근거해 "소송 계류중인 사항에 대해 감사를 하지 않는다"는 내부 규정을 정해 두긴 했으나 적용 시점을 특정해 두지 않고 있어 또 다른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감사 청구 당사자들인 용인시 죽전 주민들은 지난해 5월과 7월 용인경전철과 하수처리장 사업에 대해 각각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한 바 있으며, 이에 감사원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용인시를 상대로 현지 예비감사 및 실질 감사를 실시해 온 바 있다.

지난해 5월 이후 2006년 2월 현재, 용인시가 추진하는 최대 프로젝트인 이들 사업에 있어 감사원의 최종 감사결과가 임박한 상황에서 벌어진 감사원 감사결과 발표 중지 논란은 주민들의 행정소송(본지 2006년 2월 8일자 보도) 제기에 따라 피고 용인시가 감사원에 이의 제기를 했고, 감사원이 내부 규정(재판 사항)을 들어 청구 당사자인 주민들을 상대로 지적하고 있는 부분이다.

주민들은 “감사원에서는 무려 9개월간이나 바쁘다는 등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가 주민들이 소송을 제기하자 기다렸다는 듯 민간사업자와 용인시를 거드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감사원이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대한민국은 더 이상 정의도, 미래도 안 보인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주민들의 반발이 커짐에 따라 기자는 감사원 관계자가 주장하는 내부 규정상 논란의 쟁점 사항을 중점 추적해 보았다.

감사원이 주장하는 내부 규정 즉, “공익사항에 관한 감사원 감사청구 처리에 관한 규정”(예규 제164호) 제 6조 2항 1호에 따르면 ‘수사중이거나 소송 계류중인 사항에 대해서는 감사 청구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돼 있다.

참고로 이 규정은 국민들이 공익감사 청구 시, 감사원이 원활한 운영을 위해 자체적으로 만든 처리 규정이다.

이 규정의 상위 법적 근거는 국민감사청구권을 부여하고 있는 부패방지법 40조이다. 부패방지법 40조 제2항 2호 감사청구 제외 규정의 단서 조항을 보면 “수사, 재판에 관한 사항”은 감사 청구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되어 있다.

감사 청구 주민들이 별도로 행정소송을 제기하자, 감사원이 감사 결과 발표 중지 논란을 빚고 있는 쟁점 사항은 바로 이 규정들에 있다.

사전적 의미로서의 계류(繫留)라 함은 “사건(事件)이나 의안들이 미결 상태(狀態)로 걸려 있음”을 뜻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소송 계류중이라 함은 적용 시점이 중요할진대, 현행 부패방지법과 공익감사 규정에는 그 적용 시점을 언제부터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감사원에서 주장하는 내부 규정인 '공익감사 규정'은 상위 개념인 '부패방지법' 제40조 ‘재판에 관한 사항’에 대한 법령 유권해석에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대한 법령의 1차적 유권해석의 권한은 역시 해당 주무부처이다.

이는 당연히 부패방지법을 관장하는 국가청렴위원회(구, 부패방지위원회)가 유권해석을 내려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국가청렴위 법무담당관실은 지난 21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법무부에서 파견된 검사를 포함, 긴급 회의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결론을 내지 못했다.

국가청렴위 법무관실 관계자는 “지금까지 이 규정과 관련해 특별히 문제시 된 적이 없었다”면서 “긴급 회의 결과, 현 상황에서 '재판상에 관한 사항'을 소장 접수일로 할 것인지, 1차 변론기일, 혹은 선고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과 공청회 등을 통해 보완해야 할 것 같다”며 깊이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쯤되면 감사원 관계자들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듯 싶다.  같은 맥락에서 감사원 내부 규정인 공익감사 규정인 ‘소송 계류중인 사항’에 있어 감사원 법무관실 역시 이에 대한 기자의 유권해석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려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공익감사 규정은 감사원 내부 운영차원의 규정”이라고 인정하고 “담당 부서 감사관이 소송 제기로 인해 감사결과 발표를 중지하겠다고 최종 종결 시킨 사안도 아니고, 내부적으로 나온 다양한 의견 제시 중 하나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볼 때 감사원 관계자가 감사청구 주민에게 ‘소송 제기로 인해 감사 발표가 중지된다’고 주지했다는 이번 논란은 "해당 감사의 자의적인 유권해석"으로 단정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법령의 1차적 유권해석은 어디까지나 주무부처인 국가청렴위원회만이 해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 국가청렴위 조차 해석하지 못하는 이 상황에서 감사원이 내부 규정 운운하며 이에 대해 유추 내지 확대 해석한다면 이는 큰 착오가 아닐 수 없다.

감사원 공익감사 규정에 덧붙인다면 "수사 또는 소송과 관계없이 해당 감사 내용이 예산 낭비 등을 방지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감사원은 감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참고로 지난해 7월 주민들이 청구한 하수처리장 감사 청구 취지를 보면 "하수처리장 사업에 따른 허위문서 작성 등으로 용인시가 중앙정부를 기만, 국고 2,300억원을 낭비한다"고 분명히 기재돼 있다.

그렇다면 감사원이  이 시점에서 소송 운운하며 일방적으로 감사 중단을 얘기할 것이 아니라 "감사 결과, 국고 등 예산 낭비사항은 없었다"고 공식적으로 먼저 감사내역을 상세히 밝혔어야 순서가 아닐까 싶다.

만약 감사원이 감사청구 주민들에 대해 공익감사 규정을 유추 해석해 객관적으로 인정할 만한 아무런 내용하나 없이 무조건 감사를 중단한다면, 이는 그야말로 감사원으로서 책임있는 처사가 아니라고 보여지며 세간에 뿌려진 로비 의혹 역시 훌훌 털어 버리긴 어려울것 같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부패방지법 제 40조 "재판상에 관한 규정"에 있어 그 적용 시점을 언제부터 할 것인지에 대한 유권해석을 할 수 있는 정부가 없다.


권용석 기자  webmaster@sis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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