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A아파트 전기 계량기 유효기간 25년경과, 90% 허용오차 초과” - SBS뉴스(2006년)
“유효기간 지난 계량기 20대 중 11대 법정허용오차 초과” - 한국기기유화시험연구원(2006년 )
“가정용 가스미터 분석결과 +0.8% 편향” - 한국표준과학연구원(2003년)

계량기는 우리 일상에서 단위를 측정하는 중요한 수단이며 적정한 가격을 지불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계량에관한법률’에 의하여 정확성을 검증하여 공정한 상거래 질서 유지시키고 있다.

그러나 계량기의 설치 및 교체, 유효기간이 경과된 계량기의 검정 및 승인으로 인한 잡음과 소비자의 피해가 끊이질 않고 있다. ‘소비자가 알아야할 도시가스 이야기’세 번째 시리즈는 도시가스를 중심으로 계량기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새로운 인식전환과 개선책에 대해 고민을 나누고자 한다.  

고기를 사려면 저울을 가져가라?

일반적으로 전기, 수도, 도시가스, 지역난방 등의 공공에너지는 계량기 최초설치비를 소비자가 부담하고 있다. 또한 도시가스를 제외하고 유효기간이 경과된 계량기의 검정 및 교체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공급자인 회사들은 소비자가 사용할 목적으로 설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관련 비용을 당연히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소비자는 계량기의 유효기간이 얼마인지, 누가 검정을 받아야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 이에 따라 유효기간이 지난 계량기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6년 2월 한국기기유화시험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전국적으로 약 549만대의 계량기가 유효기간이 경과된 계량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발표하였다. 유효기간이 25년 경과한 계량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결코 일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법제처, 계량기의 검정의무 공급자에 있다.

그런데 계량기 방치가 과연 소비자의 탓일까? ‘계량에관한법률’에는 유효기간이 만료된 계량기의 검정의무를“계량기를 계속 사용하고자 하는 자”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법제처는 유권해석을 통해 “요금산정을 위하여 공급량을 계량하는데 사용하는 것으로 검정의무는 공급업자인 회사에게 있다”라고 명확히 하고 있다.  

 이런 법제처의 유권해석에도 불구하고 회사들은 왜, 소비자에게 책임을 돌리고 유효기간이 지난 계량기를 방치하고 있는 것일까?

이는 전기, 수도, 지역난방 등의 공공에너지가 각기 다른 법률과 규정을 우선시 하는 것과 검정의무를 애매모호하게 표기하고 있는‘계량에관한법률’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가장 문제는 제대로 된 정보를 소비자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는 공공서비스 요금체계와 독점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는 현행 시스템에 있다.  

개별법에 계량기 검정 및 교체에 대한 명확한 근거와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공급자인 회사에 큰 손해가 없어서다. 소비자가 사용한 것 보다 많이 사용량이 나오게 되면 그 만큼 이득을 보고, 적게 나오더라도 요금인상을 통해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면 되기 때문이다.  

도시가스회사가 부담해야 할 계량기 교체비용 소비자에게 전가

그럼 계량기 검정과 교체비용을 도시가스회사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는 도시가스는 어떨까?

2001년 이전에는 타 공공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소비자에게 계량기요금을 부과하였다. 그러나 한 시민단체에서 교체비용에 대한 부당이득 환급소송을 벌이자 부랴부랴 관련 규정을 고쳐 도시가스회사가 부담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에 불과하다. 은근슬쩍 기본요금을 신설하여 계량기 교체비용을 소비자에게 다시 전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가스 계량기는 5년마다 성능을 점검하여 더 사용하거나 새로운 계량기로 교체하도록 하고 있다. 도시가스 회사들은 기본요금에 포함된 계량기 교체비용을 통해 5년(60개월) 동안 미리 소비자에게 받고 있는 것이다. 만약 재건축 등으로 건물이 철거된다면 소비자는 그 동안 납부해 두었던 비용은 고스란히 도시가스회사의 이득으로 돌아가게 된다. 소비자는 재건축 후 신품 계량기를 구입한다. 

계량기는 소비자가 임의로 처분할 수 없다. 또한 법제처의 유권해석처럼 계량기는 요금부과를 위하여 공급자인 회사가 공급량을 측정하고 요금을 부과할 목적으로 설치한 것이다. 이에 따라 계량기 검정 및 교체비용 뿐만 아니라 최초 설치비 역시 공급자인 회사에서 부담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타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량기와 관련된 비용을 일방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 이것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문제이다.

오래된 계량기의 재검증 제도 신제품보다 못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유효기간이 경과되거나 허용오차를 벗어난 계량기는 재검증을 받아야 한다. 재검정은 전문기관에서 객관적이고 철저하게 이루어져야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신품 계량기가 전문기관인 한국기기유화시험연구원의 내구성 및 성능검사를 거치는 것에 반해 오히려 유효기간이 경과되거나 허용오차를 벗어난 구형 계량기는 자치단체에서 검정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신품 검사 시 시행하고 있는 내구성 검사를 제외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신품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구형 계량기를 대상으로 샘플 검사만 한다는 것이다. 샘플을 채취해서 검사결과 이상이 없으면 전부 재사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이나 정육점의 저울이 2년에 한번 정기검사를 통해 전수조사를 하는 것에 비교한다면 공공서비스인 전기, 수도, 도시가스, 지역난방 계량기는 허술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자체가 외부에서 위탁하고 있는 중소형 재검정기관은 검정 시설이 미비하고 전문 인력이 부족한 경우가 허다하다. 

유효기간이 경과되거나 허용오차를 벗어난 계량기가 방치되고 있고 소비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계량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소비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실태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계량에관한법률’과 개별화된 법률을 재정비하여 계량기의 설치 및 검정, 재설치 주체를 명확히 하고 계량기의 사후관리 역시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또한 관련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행위를 규제하고 계량기 검정제도를 개선하여 구형 계량기에 대한 검증절차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