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용석-편집국장

국민들의 정당한 권리에 대한 신속한 구제는 당연히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과 의무이다.

그런 취지에서 운영되는 국민권익위원회는 법령에 따른 국민의 인권을 포함한 침익적 고충민원과 권리구제는 물론, 최근의 김영란법 등 제도상 미비점을 보완하는 제도개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국가기관으로서 국민들로부터 칭송을 받고 있다.

이러한 국민의 권리 구제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계와 문제점도 있다. 그것은 각종 권고안들이 대외적 구속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중앙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 조차도 권익위원회의 이행 권고를 '쉬이' 보는 선입견이 몸에 배어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도대체 왜 그럴까? 그것은 바로 국민권익위원회 운영 법령이 약해서 그렇다. 즉, 강제 조항이 아닌 그야말로 '권고'에 그치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 2010년 7월경 국민권익위원회가 주관한 "지방자치단체 행정사무의 민간위탁 제도개선"의 자문역을 한 바 있다. 이후 법령에 부합되지 않거나, 절차상 하자를 일삼는 지방법(조례)을 전면 재개정 할 것 등을 골자로 하는 권익위원회의 권고안이 완성돼 그해 연말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비로소 하달됐다.

당시 기억을 되살려보면 일선 공무원들의 시각은 그렇게 눅녹치(?) 않았다. 바로 권익위원회 운영에 관한 법률상 권고 이행이 강제조항이 아니라는 것을 공무원들이 더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특별한 자구 노력도 없었고, 권고안 이행도 미미할 뿐더러 권익위원회 조차도 잦은 인사 이동으로 말미암아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6년이 지난 현재 해당 권고안의 조치 상황을 평가한다면 단언컨데 낙제점이다.

그 결과를 새삼스럽게 평가하자면 각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들은 잠자고 있거나, 무슨 말인지도 모를 정도로 누더기로 뒤범벅돼 위법하거나 부패 유발 조례 투성이다. 대한민국 모든 지자체의 공통된 문제라는 점에서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그런 가운데 일부 지자체들에서 민간의 전문가 집단이라는 대학교나 연구소 등에 수천만원씩을 들여 용역까지 주면서 조례 정비를 경쟁적으로 시도했다. 그 결과물들을 보면 본령은 간과한채 수박 겉핡기에 그쳐 시민들의 소중한 혈세만 날렸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민권익위원회 권고안의 본질 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전문가도 전문가인가? 법상 행정권한의 본령은 물론, 권고안의 본질 조차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권고안의 본질은 법령의 범위라는 대원칙에서 합법성, 합목적성, 합리성으로 절차적 민주주의를 완성하라는 취지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위 '깜'도 안되는 전문가로 자처하는 자들이 교수 또는 박사라는 이름으로 지금 이시간에도 공무원 교육과 지방의원 교육을 도맡아 하고 있다는 점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보니 지자체 조례를 부패 조례로 전락시켜 버리는 원인으로서 공무원들의 무지도 일조 하거니와, 특히 역량이 부족한 전문가들의 알량한 교육과 법무 의견 제시도 한 몫을 하고 있는 현실이다.

경고하건데, 행정권한을 지자체 조례에 임의로 부여한다든지, 법령으로 정해야 할 행정권한의 변경(위임.위탁.대행)을 간과한채 부패 조례를 유발하는 위법행태를 핸드링하고 조언하는 사이비 전문가들은 X망신 당하기 전에 지금이라도 스스로 제도권에서 물러날 것을 권유한다. 전문가라고 자처한다면 이 정도면 무슨 얘기인지 알아 들었으리라 생각한다.

이 한가지 사례만 보더라도 권익위원회의 제도개선 권고의 이행력 부진의 원인이 법상 강제력 부족에 기인하는 동시에 제대로 공부한 전문가의 부재임을 절감한다.

헌법과 법령의 범위에서 자치입법권을 가지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방법(조례)으로서 행정사무를 수행함에도 한편으로 일선 공무원들의 다단계적(?) 시각을 체감하면서 국민의 권익침해와 신속한 권리구제가 쉽지는 않겠구나 라는 자괴감이 이때부터 음습해왔다.

대한민국 수립 이래 사회적으로 가장 파급력이 큰 김영란법을 운용한다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정당한 이행 권고들이 대외적 구속력 약화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조차 무시 당하는 현실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반헌법, 반부패 정책의 원초적 걸림돌이 아닐수 없다. 이 점을 국회는 물론, 책임있는 위치의 정부기관들과 그 장들은 실체적 진실을 제대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중앙과 지방을 망라하고 실무는 물론, 정서적 부패까지 싹 걷어내야 한다. 그리하여 국민의 그 어떤 권익침해적 행정과 위법.탈법적 행태가 용납해선 안된다.

그래서 재차 촉구한다! 국민의 고충민원과 제도개선과 관련한 이행 권고가 주업무 중 하나인 권익위원회법 강화를 말이다. 이번 기회에 정부와 국회는 국민권익위원회 운영에 관한 법률을 강화하는 내용의 입법 개정도 반드시 재논의 돼야만 한다.

가장 훌륭한 법이 국민의 신속한 권리 구제임을 감안한다면, 법제도 개선을 주 업무로 하는 권익위원회의 역할은 그 어떤 정부부처보다도 중요함을 잘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