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0년대 중.후반 대한민국 경제에 직격탄을 몰고 온 외환위기(IMF) 사태 이후 정부 차원에서 뼈를 깍는 자구 노력의 일환으로 행정 내부의 불필요한 인력 감축과 일부 사무의 위탁.대행 등을 통해 구조조정에 착수한 바 있다.

사실상 행정사무의 민간위탁 제도는 이 시점부터 본격화돼, 이후 법령과 조례로 정해 본격 시행됐다. 2015년 현재 민간위탁 제도는 활성화 단계에 접어 들어 극히 일부 영역에서의 부작용을 제외하고는 행정기관의 슬림화, 예산절감, 민간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일거양득의 WIN WIN 전략으로 자리매김 중이라 평하고 싶다.

행정기관에서 민간위탁 사무는 주로 시민의 권리.의무와 관계없는 단순 사실행위 또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업무, 그 외 단순한 시설물 관리.운영 업무 등을 주로 민간에 맡겨 수행하도록 한다. 대다수가 사회복지, 환경기초시설, 교통, 식품, 여성가족, 보육시설 등 시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사무로서, 행정기관이 시민의 혈세를 거둬서 다시 돌려주는 착한 행정서비스이기도 하다.

현재 대한민국 자치 1번지인 서울특별시 본청만 해도 민간위탁 하는 사무의 1년 예산만도 1조원이 넘는다.

경기도내에서 민간위탁 사무의 예산을 가장 많이 지출하는 곳은 부천시로서 2015년 일반회계 예산은 총 8,929억원으로서, 이 중 민간위탁 예산만도 1,200억원이 넘는다. 이는 전체 일반회계의 약 12%에 육박하는 엄청난 금액으로서 경기도내 기초 지자체 중 단연 앞서고 있다. 그 다음으로 수원시, 성남시, 용인시, 고양시 등의 순이다.

전국적으로 따져 볼때 정부부처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한해 민간위탁하는 사무의 양과 예산을 구체적으로 따져 보진 않았으나 가히 천문학적이라 할 수 있겠다.

이처럼 해를 거듭할수록 그 중요성이 커지는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있어 현실에 맞지 않는 법 규정이 걸림돌로 존재해 위탁사무를 시행하는 지자체 공무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다.

여러 문제점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지방자치단체에서 민간위탁 하는 사무의 범위 도과 부분이다. 이는 실제로 감사원이 지방자치단체 기관 감사에서 일상적으로 되풀이되는 지적 사례이기도 하다.

현행 지방자치법 제104조(사무의 위임 등) 제③항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조례나 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권한에 속하는 사무 중 조사·검사·검정·관리업무 등 주민의 권리·의무와 직접 관련되지 아니하는 사무를 법인·단체 또는 그 기관이나 개인에게 위탁할 수 있다.'라고 규정돼 있다.

이 법률에 따른 각 지자체의 민간위탁 기본 조례를 보면 거의가 엇비슷한 조문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따르면 '"민간위탁"이란 각종 법령 및 조례에 규정된 00시장(이하 “시장”이라 한다)의 사무 중 일부를 시 산하기관이 아닌 법인·단체 또는 그 기관이나 개인에게 맡겨 그의 명의와 책임하에 행사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해당 법령과 조례 규정에 따라 체육시설의 프로그램 운영과 시설 관리를 일괄 위탁한 해당 지자체는 어김없이 법규 위반으로 감사원 감사에 지적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인 것이다.

감사원 처분서를 보면, 위 법규에 따라 사무 중 일부인 경우로서 프로그램 운영이나 또는 시설 관리 중 택일해서 위탁해야 하는데 두가지(사무+시설)를 모두 일괄 위탁했으므로 법규를 위반한 위법하고도 부당한 행정행위로 본 것이다.

프로그램 운영과 시설 운영을 각각 따로 위탁해야 한다면 그야말로 소극적인 법문 해석의 결과로서 이 결과가 징계 사항이라고 했는데, 이 역시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정 탓으로 보인다.

또 다른 사례로서는 지방자치단체가 민간위탁한 시설로서 법령에 따라 사용료 감면대상이 아닌 민간의 수탁자(법인.단체. 또는 그 기관이나 개인)에게 공유재산관리법상 사용료를 부과하지 않은데 대해 시정조치(사용료 부과 소급 적용) 하라는 지적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공익 목적의 실현을 위해 행정사무를 위탁했는데 사용료를 달라고 한다면, 현실적으로 이를 이행할 수탁자가 과연 얼마나 될런지 의심이 든다.

이같은 사례 결과는 시사타임이 수년전 전수조사한 바 있는 경기도 민간위탁 사무 총람 책자에도 자세히 기술돼 있다. 당시 경기도 본청을 비롯해 31개 시.군 위탁사무를 보면 대다수가 일괄 위탁형이었으며, 사용료 미부과 상황이었음을 인지한 바 있었으나 법상 맹점으로 보아 제도개선 사항으로 기재돼 있다. 따라서 경기도가 위법이면 대한민국 대다수 행정기관이 위법인 격이다.

▲ 권용석 편집국장, 前 국민권익위원회 민간위탁 제도개선 자문역

개별법령 중 하천법이나 도로법에서도 지자체 위탁 사무는 점용료를 감면하고 있어 이를 감안해 보면 이는 조속한 시일내에 보완.개정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부가세법상 위탁사무 중 인건비, 관리비 등의 실비변상 위주의 위탁사무인 경우 부가세를 감면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도 눈여겨 볼 것을 주지하고자 한다.

감사기관의 정당한 지자체 위법부당 행정의 처분에 대해 굳이 지자체의 편을 든다든지, 시비걸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법상 맹점은 없었는지, 제도 미비사항의 보완까지 지적했더라면 하는 아쉬운 생각이 자꾸만 들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