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화> 자유기고가/전 뉴시스통신 기자/(사)운암 김성숙 기념사업회" 홍보팀장/본지 객원 편집위원

나라 안팎이 시끄럽다. 하루 이틀 있는 일은 아니지만 특히 나라 안이 시끄럽다.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파문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고, 노-부시 정상회담 이후에도 전시작전권 이양문제는 여전히 시끄럽고, 한미FTA 협상을 놓고도 계속 시끄럽다. 온 나라가 시장 통이다. 아예 나라 전체가 여야, 아니면 보수와 진보, 정부와 언론,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어 마치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 같다.

한동안은 시끄러운 나라 안이 조용해 질 것 같지 않다. 정부와 언론의 대립은 수그러들지 않고, 여야의 대립도 그렇고, 보수와 진보의 대립도 그렇고, 국민을 무시하는 위정자들의 태도도 역시 그렇기 때문이다.

그래도 급한 불을 꺼야 할 문제들이 있고, 우선적으로 해결해서 조용해져야 할 문제들은 있게 마련이다. 개인적으로 나라 안에서 눈앞에 닥친 문제들 가운데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헌법재판소장 인준 문제라고 판단한다. 헌재소장의 공백으로 헌재는 주요 결정을 미룰 수밖에 없는 처지고, 헌법재판 기능이 지연되는 기간만큼 국민이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헌재법은 헌재의 심리정족수를 재판관 7명으로 규정하고 있어 재판관 한 명이 빠졌다고 해서 심리가 진행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헌법상 법률의 위헌, 탄핵, 정당해산, 헌법소원의 인용을 결정하는 경우에는 재판관 9명 가운데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여기서 문제는 발생한다. 정족수를 엄격하게 적용하기 때문에 공석인 재판관의 견해는 반대로 간주된다. 공석 중인 재판관이 헌재의 결정과 다른 견해를 가졌다면 그 결정이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위헌인 법률이 합헌이 될 수도 있고, 탄핵대상인 공무원은 탄핵을 면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만큼 현재 비어있는 헌재의 한 석은 중요하다.

이제 사실상 전 후보자 인준에 대한 정치적 해결은 물 건너 간 것이 아닐까. 야4당의 회담도 결렬되고, 끝까지 감싸줘야 할(?) 청와대도 유감을 표명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서 전 후보자가 인준이 되더라도 헌재소장의 권위가 제대로 설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하며, 전 후보자 본인의 자진 사퇴가 해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전 후보자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기분 나쁜’ 처지에 빠진 것만큼은 틀림없을 것 같다. 20년 넘게 쌓아온 법관의 명예가 이번 실수(?)로 와르르 무너지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일의 앞뒤를 재보면 무식한 청와대와 그나마 덜 무식했던(절차상 문제점을 그나마 찾아냈기에) 국회의 잘못은 둘째로 미루더라도 위헌여부를 최종결정하는 헌재소장 후보자가 헌법상 절차를 제대로 밟지 못했다는 것 자체는 본인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본인의 실수도 있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본인의 실추된 명예가 억울하고 한스럽지만 더 이상 국민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대국적 차원에서 생각해주길 바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국민들은 기존 정치권에 별로 기대를 걸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들은 지속적으로 나라 망신을 시켜온 ‘어물전의 꼴뚜기들’이란 사실이 이번 파문으로 보다 명확히 드러났다. 국민을 망신시킨 정치인들과 자신들의 잘못을 몇 년이 지나도록 깨닫지 못하는 정권하에서 생활하고 국민들은 고통스럽다.

정권이 바뀌면 나아지려나? 그런 희망도 이젠 없다.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이 같은 고통은 이제 지겹다. 이익단체들이 아예 막가파들이 돼가고 나라살림은 갈수록 암울해지고 있다. 국민은 눈앞에 닥친 어려움 하나가 더 시급한 형편인데 정치권은 당리당략에 집착하느라 국민의 어려움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지금의 정치에는 대화와 타협이 없다.

모든 문제는 법으로 가려진다. 각종 위원회로의 소송과 법원 재소나 헌법재판소 결정 등 법의 힘에 기대는 정치행위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헌법재판소장 자리를 비워두는 정치권의 무식함은 도가 지나치다는 느낌이다.  이웃 나라들로부터 무시당하는 우스운 나라이기 때문에 그런지 국민이 우습게 보여서 그런지 정치인들은 변화가 없이 과거를 답습하고 있다.

국민들이 직접 나서야 하는 것인가. 답답한 현실이다. 국민이 직접 나선다는 것은 ‘혁명’이라는 사실을 모르는가. 우리 국민들은 선거가 별로 삶에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 같고, 선거로 별로 재미를 못 봤던 것 같다.  정치에 대한, 선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점점 멀어지는 이유다. 

이제 국민들은 정치권에 빌고 싶다. “나라 안에서는 악취를 풍기든 말든 상관 않을테니 제발 나라 밖에까지 망신살 뻗치는 행위는 좀 참아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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