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천헌금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고민에 빠졌다.

검찰이 공천 신청자측으로부터 현금 4억4000만원을 받은 김덕룡(金德龍) 의원의 부인 김모씨는 구속한 반면 21만달러(약 2억원)는 돌려주고 1400만원어치의 선물만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박성범(朴成範) 의원 부부는 수사 착수 한 달이 넘도록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는 개정 선거법의 기묘한 조항 때문이다.

선거법은 금품을 준 후보자나 받은 유권자는 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이 김 의원의 부인을 구속한 것도 여기에 근거한 것이다. 그런데 2004년 법이 개정되면서 돈이 아닌 물품이나 책·음식 등을 받은 경우는 받은 금액의 최고 50배(한도 5000만원)의 과태료만 내도록 바뀐 것이다. 모피 코트와 핸드백 등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박 의원 부부가 여기에 해당한다.

검찰도 허를 찔린 표정이다. 검찰은 박 의원이 돈을 준 측 후보의 공천에 반대했다는 사실 때문에 배임수재(돈을 받고 공천권을 행사한 것)는 적용하지 못하고,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전제로 박 의원 부부를 수사해 왔다.

그런데 설사 1400만원어치의 명품 선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 해도 박 의원 부부를 형사 처벌할 수 없어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박 의원 부부를 처벌할 수 없게 된다면, 김 의원 부인은 물론 몇 만원짜리 식사나 선물을 받았다는 이유로 수백만원의 과태료를 내는 일반 선거사범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박 의원 쪽은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때문에 검찰은 금품을 준 사람을 구속한 지 며칠이 지나도록 박 의원 부부에 대해 결론을 못 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선거법의 입법 취지가 공천을 전제로 거액의 금품이 오간 케이스까지 처벌하지 말자는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곤혹스러운 표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