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론] 더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요?

시사타임l승인2008.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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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박병두님은 현재 수원서부경찰서 고등파출소장으로 근무중인 경찰관으로서 시인이자 소설가로 맹활약중이다.
 

주민문화 사랑방을 개설해 놓고 많은 생각을 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주민들이 이 공간을 많이 활용하여 삶에 보탬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과연 주민들이 바라는 바가 무엇인가?

 금년 6월 10일, 시범으로 우리 고등파출소가 탄생했다. 여러분의 훌륭한 선배님들이 물망에 올랐지만, 내가 이 파출소의 초대 소장으로 발탁, 임명되었다. 경찰생활이 이제 20여년이 되지만, 아직도 나는 배울 일이 많다고 항상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어깨가 무겁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부임을 하고, 나는 이 생각 저 생각을 해야 했다. 많은 생각 끝의 해답은 극히 간단한 것이었다. 주민들과 좀 더 가까이 지내자는 것이다. 예전처럼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도와 드리면 어떻습니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서, 더 필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하고 질문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발상의 결과, 개설된 공간이 주민문화 사랑방이라는 이름을 가진 주민들의 일종의 휴게실이었다. 이 문화방은 우리 파출소의 창고로나 사용하고 있는 곳을 개조하여 만들었다. 내가 꽤나 고심을 하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하신 시장님의 관심과 격려가 무엇보담도 컸다. 시에서 주민편익을 위한 무상임대방향으로 삼천만원을 지원해주셨다. 예산집행과 계획과정, 또 주민문화 사랑방이 완공되기까지 나는 잠 못 이룬 치안행정을 살펴야 했다.

“우리 시민들을 위한 일이니 시장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고, 더욱이 평소에 친분이 있어 노심초사 주민들을 위해 애쓰는 박 경위의 초대소장 취임도 축하할 겸, 선물로 내놓는 뜻도 있으니 모쪼록 소원을 이루시게나”

수원시장님의 말씀에 감격, 고맙기가 그지없어 나는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뻔했다. 그렇게 해서 금년 9월 2일 공사는 완료되었다. 쓸모없는 지하실을 개조하여 깨끗하고 아늑한 방 두 칸을 꾸몄다. 전체 넓이가 106m이니까 대략 32평정도 되었다. 작지 않은 공간이었다. 그러면 이 두 공간을 어떠한 방도로 주민들을 위해 활용할 것인가? 하는 것이 뒤따른 고심거리였다.

과연 주민들이 이 시기에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 또 생각하다가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방 한 칸은 주민의 쉼터로서, 시청각실을 마련했다. 이곳에서는 영화감상도 하고 각종 문화세미나를 열수 있게 만들었다.  저명한 학자나 문학가들을 모셔서 시대에 맞는 강연을 들을 예정이다. 그리고 시 감상을 자주할 수 있게 해서 메마른 심성을 기름지게 할 것이며, 과외로 사회의 말썽거리로 등장하는 논술이나 영어 과목의 지도로서 청소년들의 공부를 돕도록 분위기를 꾸몄다.

주민들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 무엇보다 청소년기의 학생들에게 공부방을 마련하여 가르친다는 것에 부모로서 기뻐하는 것이었다. 우선 과외비가 들지 않는데다 집과 가까운 곳이라는 점이었다. 시청각시설도 웬만치 갖춰진 아늑한 분위기라서 부모님들은 좋아했다.

앞으로 이 학생들에게 영어를 중심으로 하여 중국어와 일본어를 지원자에게 가르칠 예정이다. 물론 가급적이면 영어는 영미인 강사를 초빙하여 학생들에게 정확한 발음과 서구적 사고방식에 맞추도록 배려할 것이다.

논술 역시 이 분야의 전문가를 모셔다 어느 학원과 비교하여 손색   없는 지도를 하게 된다.
“교사의 비용은 그럼 무료입니까? 어느 골 빈 실력자가 공으로 아이들을 가르칩니까?” 나의 설명에 한 주민이 묻는 질문이었다. 당연한 의문이 담긴 질문이다. 나는 잠깐 한숨을 내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반 학원에서 받는 강사료를 생각할 때, 나로서는 암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을 나는 또한 알고 있다. 봉사라고 하는 것이다. 세상에 억지로 봉사하는 사람은 없다. 물론 법원의 판결에 의해 사회봉사 명령이 내려진 경우를 제외하고는 봉사하는 사람들은 그 보수를 바라는 사람은 전혀 없다. 봉사하는 즐거움, 그 자체 하나로 만족하는 훌륭한 사람들을 나는 많이 보아왔고, 그리고 내 주변에도 많이 있다. 그러한 분들을 나는 찾는 것이다. 물론 우리로서는 최소한 예의는 갖추고 싶은 심정이 있는 것이지만 별다른 예산이 없는 처지인 터에 어찌하겠는가? 이 역시 이러한 일을 돕는데 기쁨을 느끼는 독지가를 한편으로는 찾아야 할 것 같다.

우리는 신문이나 방송에서, 평생을 모은 전 재산 수백억 원, 내지 수천억 원을 대학이나 기타 교육기관에다 내놓는 독지가들의 이야기를 보고 듣게 된다. 그들은 부지런히 벌어 모은 재산을 그렇게 쓰는 것이 최상의 보람이요 즐거움이라는 것을 아울러 소식통들은 얘기한다. 의외로 세상에는 그렇게 훌륭한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우리는 그러한 사람들을 한편으로  찾자는 것이다.

우리 파출소 직원들 가운데도 대학에서 여러 분야를 공부하여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기초를 가르칠 수 있는 능력자가 꽤나 된다. 이들은 일과가 끝난 후 얼마든지 공부가 뒤떨어진 학생들의 지도를 맡을 수가 있다. 이들 역시 보수는 바라지 않는다. 일과 후 봉사하는 즐거움을 대신 얻어 갈 수가 있는 것이다.

나는 명색이 시인이다. 이 시인의 명칭을 붙인지도 벌써 20년이나 된다. 그러므로 청소년들에게 주로 현대시 100여 편을 중심으로 강의하여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시에 대한 지식과 정서를 함양시켜 줄 예정이다. 물론 보수는 없다. 가르치는 즐거움, 그 자체가 보수인 셈이다.
 그리고 나는 이곳에다 상담소를 마련했다. 제반 가정사에 관한 문제를 상담할 예정이다.

나는 공인 1급상담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고 나이도 불혹이라는 40대 중반이니, 아마 어느 상담사보다 좋은 상담을 하지 않을까 하는 자부심도 가지고 있다. 물론 보수는 없다. 주민의 애로를 상담하여 거기에 합당한 답변과 알맞은 처방을 드려 그 결과가 좋게 되는 데서 만족을 느낄 것이다. 그렇게 여러 차례 상담을 거듭하다 보면 나는 우리가 관할하고 있는 주민들의 애로사항이 과연 무엇인가를 더욱 확실히 파악하게 되는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

“경찰이 도둑놈을 잡을 생각을 해야지, 무슨 귀신이 나락 까먹는 짓거리들이야?” 이렇게 불평하는 주민이 있었다. 물론 지당한 말씀이다. 우리가 우리의 본분을 잊을 리가 없다. 그리하여 마련한 것이다. 다른 방 한 칸이다. 이 방은 주민들의 회의실과 방범대운영실로 꾸몄다. 방범대 운영실은 야간에만 활용되므로 낮 시간에는 마련된 서고에서 대출하는 일과 주민들의 의견을 나누는 회의를 주로 한다.

우리 파출소에는 민간 협력기구로서 자율방범대 뿐 아니라, 생활안전협의회와 시민경찰학교 수료생으로 조직된 기구가 있고, 어머니경찰 모임이 등 여러 조직이 있다. 이러한 민간 협력기구들이 이 방을 주로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방은 주민들이 전문적인 치안분야에 관한 일을 하게 된다.

우리 고등동의 인구는 2만5천여 명이 된다. 이 가운데 생활안전협회의 인원이 3개 조직으로 78명이다. 자율방범대원은 민간자율방범대와 부녀방범대를 합쳐 40 명이나 된다. 모두가 다른 어느 곳 보다 열성적으로 치안에 협조적이고 몸소 실천을 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은 범죄의 예방을 우선의 목표로 하고 있어서 동네의 구석구석을 샅샅이 파악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경찰학교는 금년 들어 1기생을 모집하고 있고, 자발적 지원자들을 중심으로 교육을 실시한다. 교육의 내실화로 치안에 대한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서 빈틈없는 우선적인 방범을 실시하게 된다. 이들은 월 1회의 모임과 회의를 가져 자기 동네의 방범은 자기들 스스로라는 인식을 가지게 해 자긍심을 가지도록 할 예정이다.

광범위한 이러한 인적 배치야 말로 범죄 예방에 많은 도움을 주리라 예상하는데, 우리 문화사랑 방에서는 그 운영에 있어 이들을 대거 참여하도록 하여 거의 상주하도록 권유할 계획이다. 집에서 소일거리 없이 빈둥거릴 일이 아니라, 우리 문화 사랑방에 와서 봉사도 하고 자기 나름대로 독서도 하고 음악이나 영화를 감상함으로서 자기의 교양을 닦는 것이 한결 낫지 않느냐는 권유를 하는 것이다. 자영업을 하는 이들이나 가정주부들 가운데는 좋은 반응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시작하는 우리 주민문화 사랑방은 거대하게 일을 벌일 생각은 없다. 작고 소박하게 주민들과 더불어 이끌어 가는 치안을 모토로 하고 있다. 쉬면서, 공부하면서, 협력하면서, 참여하는 치안을 도모하려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성심성의껏 일을 한 다음에 우리는 주민들에게 질문 할 것이다.

이제 더 필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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