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유사언론행위’, 신문법 적용해야 하나

시사타임l승인2008.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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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재단이 5000명을 대상으로 언론수용자 의식을 조사했다. 가구당 신문구독률은 1996년 69.3%에서 2008년 34.6%로 급락했다. 연평균 3%씩 하락하고 있다.

특정 사안을 신문, TV, 잡지 , 라디오, 인터넷 등 5개 매체가 동시에 보도했을 경우 어느 매체의 보도 내용을 가장 신뢰하는지 물었다. TV 61.7%, 인터넷 20%, 신문 15%라고 답했다. 신문의 신뢰도가 인터넷에 밀렸다. 매체 종류를 불문, 우리나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로는 KBC, MBC에 이어 신문들을 제치고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지목됐다. 신뢰하는 매체 역시 KBS ,MBC, 네이버 순이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08 한국인터넷백서에 따르면, 2007년을 기준으로 만6세 이상 인구의 76.3%가 인터넷을 이용한다. 이들 중 27.1% 는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접하고 다시 이 가운데 87.1%는 포털사이트의 뉴스 서비스를 본다. 18세 이상의 인터넷 이용자가 사회적 이슈 관련정보를 구하는 경로는 TV 90.8%, 인터넷 67%, 신문45.6% 순이었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는 남녀의 70% 이상은 검색과 뉴스 서비스를 이용하며 36.4%는 해당분야 전문사이트, 22%는 카페와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을 통해 이용자들은 다양한 정보를 쉽게 접한다.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교환하기도 한다. 중앙에서 보내는 정보를 무조건 수용한 과거와 다르다. 인터넷으로 전달된 내용이 틀렸다는 점을 지적하고 거부권을 행사한다. 인터넷은 일방적 정보전달에서 벗어나 쌍방향 소통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문제는 인터넷이 의견을 개진할 공간을 내주는 것에서 나아가 의제를 설정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등 언론 행세를 하려는 데 있다. 포털의 뉴스 서비스는 독자들이 뉴스를 가장 많이, 그리고 쉽게 접할 수 있는 통로다. 포털이 계약사, 즉 언론사의 뉴스를 편집하거나 제목을 임의로 바꾸거나 순위를 조작해 해당 뉴스의 노출빈도에 영향을 주는 행위는 파급력이 크다. 포털의 여러 기능 중에서도 뉴스 서비스의 영향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제재하는 법규는 따로 없다. 뉴스 서비스로 인해 피해자가 생겨도 포털이 책임을 지지 않는 이유다.

포털의 뉴스 서비스, 댓글 등으로 개인이 피해를 본 사례는 허다하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당시 포털의 기사 댓글 등에는 검증되지 않은 괴담, 갖가지 유언비어, 인신공격이 난무했다. 그러나 글을 올린 네티즌만 책임을 질뿐 포털은 단순히 정보만 유통한다는 이유로 책임을 피했다. 포털의 비대해진 영향력에 맞는 의무와 책임 부과의 필요성을 사회가 절감했다.

정부는 7월22일 기사 삭제 의무와 제한적 본인 확인제 적용 방안 등을 담은 ‘인터넷 정보보호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포털 등 인터넷 사이트의 기사, 게시글로 인한 피해 등을 막기 위한 방편이다. 이전까지는 포털에 오른 기사 탓에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피해를 당한 사람의 기사삭제 요구를 포털이 받아들이지 않아도 처벌하는 규정이 없었다. 이제는 포털이 임시삭제를 거부하면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처벌받게 됐다.

포털의 자체 모니터링 기능도 강화된다. 인터넷 이용자들이 포털 등에 가입할 때 신분사항을 제출토록 하는 ‘본인 확인제’도 하루 이용자가 30만명이 넘는 사이트에서 10만명 이상 사이트로 확대키로 했다. 법무부도 ‘사이버 모독죄’를 신설한다. 인터넷에서 욕설을 하면 처벌한다는 내용으로 포털 규제에 힘을 보탰다.

한나라당과 정부는 협의를 통해 포털의 뉴스 서비스를 신문법 체계에 넣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관련 법률 개정안을 9월 임시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신문법(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은 인터넷 매체에 종이신문과 같은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다. 신문법은 자체제작 기사의 비율이 30%를 넘어야 인터넷 언론사로 본다. 포털이 제공하는 뉴스 서비스는 단순히 정보유통을 한다는 이유로 신문법의 구속을 받지 않았다. 포털의 뉴스 서비스를신문법상 언론으로 규정하면 포털에 게재된 기사나 게시글로 피해를 본 사람은 언론중재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하거나 법원에 소송을 내는 등 구제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내놓은 이같은 안이 포털을 규제하는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최선의 방법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포털의 뉴스 서비스를 신문법에 적용하는 것은 포털의 뉴스 서비스 기능을 언론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다. 포털의 뉴스 서비스는 뉴스를 선별, 배치하는 유사 언론행위다. 취재와 분석, 논평 등 언론 본연의 기능은 하지 못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부위원장인 손태규 교수(단국대)는 “신문법의 적용은 포털의 유사언론행위 자체를 법적·사회적으로 인정하겠다는 것과 같다”면서 결국 언론의 개념과 경계를 모호하게 할뿐이라고 우려했다. 문재완 교수(한국외대 법학), 장영수 교수(고려대 법학)도 “포털의 뉴스 서비스는 뉴스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의 전달자 역할을 할 뿐이기 때문에 신문법이 아닌 별도의 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도 포털 규제를 요구한다. 그러면서도 한나라당이 내놓은 방안에는 반대하고 있다. 포털을 신문법상 기타 간행물로 등록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타 간행물은 여론조성과 관련된 뉴스를 다룰 수 없다. 생활정보지처럼 광고나 생활안내 등 정보뉴스만 게재토록 돼있다.

포털의 뉴스 서비스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의 새로운 기능이다. 기존의 언론기준으로 판단하고 규제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포털의 뉴스 서비스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는 동의가 형성돼 있다. 방법을 놓고는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포털이 유사 언론행위를 통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해도 그 행위 자체를 신문법을 통해 법적·사회적으로 인정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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