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진보적 문화예술운동은 1970년대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사회적 민주화와 문화적 자유를 열망하는 과정에서 싹텄다. 김지하, 김민기 등 문화운동의 선구자들에 의해 출발한 문화운동은 1980년대를 거치며 다양한 분야와 다양한 계층으로 확대되어 갔다. 특히 1987년 6월 항쟁을 전후해서는 정치적 민주화 운동에 적극적으로 결합하여 적잖은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치적 민주화가 이뤄진 1990년대 이후 문화운동은 다른 사회 운동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분야로 자기분화를 이뤘다, 정치운동의 선봉에서 물러나 일상의 다양한 영역으로 파고들어 문화적 가치에 대한 고민을 진화시켜간 셈이다. 생태환경, 성(性), 통일, 노동, 지역, 공간, 교육 등 다양한 인접 영역과 연결된 문화운동이 독자적 영역을 확보해갔다.

특히 ‘국민의정부’, ‘참여정부’ 등 상대적으로 개혁적 성격이 강했던 10년여의 기간 동안 제반 문화운동의 성과의 상당부분은 제도권에 수용되며 문화정책과 환경의 변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참여정부에서 발표되었던 문화정책서 ‘창의한국’과 새예술정책‘등이 대표적 예다. 이에 대해 일부 보수 진영에서는 ‘코드 정책’이나 ‘문화권력 교체’ 등의 자극적 표현을 사용하며 과도한 정치적 해석을 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상 10여년의 기간동안 진보 문화예술운동의 성과가 제도권으로 수용되며 이뤄진 변화의 성과나 한계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나 지적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진보문화운동 부문의 대표적 단체인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은 예술의 사회적 기능을 중시했던 문화예술운동이 지난 10여년간 제도권 문화정책 및 환경 변화에 끼친 영향을 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5월 2일, 2시부터 중구 신당동에 위치한 충무아트홀에서 열리는 포럼 ‘문화예술, 세상을 만나다!’가 그것.

정희섭 한국문화정책연구소장의 진행으로 이뤄질 이날 자리에는 민예총의 대표 논객인 박인배 민극협 이사장이 기조 발제 ‘세상을 변화시키는 예술의 힘’을 맡아 지난 10여년간 문화예술운동이 제도권 문화정책/비제도권 문화환경에서 거둔 성과와 한계를 짚어본다. 문화예술에 대해 경제적 가치로의 환원이 아닌 문화의 본원적 가치를 활성화하여 사회적 창조력을 끌어올리겠다는 10년간! 의 야심찬 기획들이 경제중심으로 재편되어간 사회적 지배담론과 충돌하며 어떤 한계를 낳았고 어떤 부분적 성과를 만들었는지를 되짚어볼 계획이다.

이어 부분별 토론이 이뤄질 예정인데, <section 1 : 문화예술이 교육을 만났을 때>에서는 70-80년대 예술운동의 일환이었던 문화예술교육 활동이 2000년대 들어 사회적 창조력의 확장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으로 진화, 제도권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현장에서 일궈낸 성과와 한계를 짚는다. 최현묵 대구카톨릭대교수와 나도은 ‘함과하는 삶과예술 사무처장’이 패널로 참여한다.

예술이 지역을 만났을 때>에서는 지역문화운동을 통해 문화편중을 극복하고 문화적 다원화와 균등을 실현하려 노력했던 과정에서 여전히 산적한 당면 과제와 오랜 고민들을 나눈다. 김기봉 민예총 지역문화예술위원장과 김선태 전북민예총 정책위원장이 패널로 나선다.

예술이 공간을 만났을 때>에서는 문화와 공간에 대한 지난 작업들이 다뤄진다. 문화공간(문화기반시설)에 문화는 어떻게 뿌리내리고 재생산의 매카니즘을 형성할 것인가의 문제와 보다 문화적으로 재구성되어야 할 일상공간의 문제에 대한 작업과 성과를 나눌 예정이다. 이원재 문화연대 사무처장과 김희식 흥덕 문화의집 관장이 패널로 나설 예정이다.

마지막 순서인 예술이 현장을 만났을 때>에서는 2000년대 이후에도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문화예술운동의 현장성 문제가 다뤄지게 된다. 문화와 예술이 삶의 현장, 갈등의 현장, 싸움의 현장을 벗어나서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태도를 가진 예술인들은 꾸준히 존재하고 활동해 왔다. 독재와 군사정부에 맞서 싸우던 예술가들은 이제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해 연대하고, 자유무역의 위협적인 파고에 맞서며, 생태를 위협하는 세력들을 상대로 싸우고 있다. 21세기가 와도 ? ㈏恍?문화예술의 설자리는 현장이라고 굳건히 믿는 예술가들의 활동과 성과에 대해 시인 송경동과 전미영 미술인 전미영(서울민미협 대표)의 ‘뜨거운 발언’이 있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