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복 5대거품빼기운동본부 상임대표, 전 보건복지부장관

지난 8일에 장고도에 4차 봉사활동을 다녀오면서 태안기름유출 피해어민돕기 봉사활동을 마감하려고 했다. 4차례 중 3번은 봉사자들의 참여가 적을 수밖에 없는 섬지역에 다녀왔기 때문이기도 하고, 초기의 피해양상에 비해 기름제거작업도 상당한 진척이 보였던 것이다.

그런데 시 당국과 섬주민들은 ‘아직 작업할 일이 많이 남았는데 피해복구가 끝난 것으로 알려져서 큰 일’이라며 봉사작업을 계속해달라는 간곡한 부탁이 있었다. 그래서 29일에 호도라는 외진 섬지역에 다시 다녀오기로 했다.

이참에 아직도 넋을 놓고 있는 태안, 보령지역 어민들과 100만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흘린 땀과 이른 새벽부터 애쓴 정성을 헛되이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환경피해와 아무 죄도 없이 날벼락을 맞는 사람들의 고통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몇 가지 분명한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 이번 사건은 완전한 인재였다. 단일선체유조선을 국립해상공원 지역에 정박시킨 점, 장시간에 걸친 통신두절이 있었던 점, 정부의 초기대응이 미숙하여 해수부가 사고처리를 맡게 한 점, 크지 않은 세 개의 구멍을 신속하게 용접하여 기름유출을 막지 못한 점, 유출된 기름을 담아낼 배를 대형선체가 아닌 소형선박으로 대처하여 바다오염을 가속시킨 점, 모래사장에 기름띠가 밀려든 다음에야 방제선을 친 점 등이 기름유출사고와 관련 정부와 관련부서의 지휘자들이 범한 잘못이다.

숭례문 화제대응에서도 똑같은 인재가 되풀이 되는 것을 보고 필자는 이게 어디 국가를 운영할 능력이 있는 나라냐 하는 한탄을 거듭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명백한 인재에 대해 책임지는 자도 없고, 뼈저린 반성과 참회의 모습도 없다는 것이야말로 태안바다의 절망 못지않은 절망이다. 왜 책임을 져야 할 자들이 뻔뻔스럽게 100만 자원봉사자들의 기적을 운운하는가.

둘째, 재발방지대책이다. 그동안 몇 차례 대형사고가 있었지만, 여전히 법령과 제도의 정비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한국 연안에 진입하는 유조선의 경우 반드시 이중선체를 의무화하고 항로와 정박지역도 철저하게 제한하여야 한다. 직간접적인 유출피해에 대해서 무한책임을 묻고, 관련책임자들의 과오도 처벌해야 한다.

셋째, 보상문제다. 이번에도 특별법을 만들어 보상을 해주도록 했지만 여전히 생계비지급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연안지역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문제가 되는 맨손어업문제나 조사후 보상은 당장의 생계에 허덕이는 어민들에게 고통만 안겨줄 뿐이다. 행정당국이 갖고 있는 기초자료가 있는 만큼 생계자금을 먼저 지급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 또한 피해주민들에 대한 신체와 역학조사 등 의학적 판단에 필요한 검사를 의무화하여야 한다.

넷째, 자원봉사의 참여를 위한 제도를 더 정비해야 한다. 전국 각지의 개인과 각종 시민사회 종교단체들이 태안과 보령지역에 몰려왔지만, 이를 신속하게 수용하고 효율적인 작업배치가 이뤄지지 못했다. 정부차원에서 자원봉사자들의 안전을 위한 상해보험도 거의 진행되지 않아서 개별단체들이 부담해야 했다. 또한 봉사자들이 흘린 땀방울을 가해자로부터 일당으로 배상을 받아 피해어민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데도 정부당국이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다.

중요문화재가 화재로 불타 없어지면 복구할 재목을 확보할 책임이 있는 문화재당국이나 산림청이 여전히 나무가 없다는 소리를 하고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고, 기관사나 말단 공무원 몇 사람을 처벌하고 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언제까지 두고만 보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분노를 품에 안고 우리는 다시 외진 섬 호도에 가서 기름을 제거하고 어민들에게 격려와 희망의 인사를 건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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