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복 5대거품빼기운동본부 상임대표, 전 보건복지부장관.

통신비를 20%를 인하겠다는 인수위측 애초 발표가 흐지부지되고 있다. 이미 확정된 인가제 폐지를 앞당긴다거나 통신망 재판매 사업을 활성화한다는 수준의 방침으로는 민생경제의 안정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핸드폰 요금인하의 핵심사항인 가입비와 기본통화료 문제를 제외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위 방침은 부차적인 문제만 거론하고 있다. 그런 자세로는 제일 비싼 요금을 물어온 한국 소비자들의 분노를 진정시킬 수 없을 것이다. 인수위측이 통신비문제를 둘러싼 대립지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국민들이 갈망하는 대폭적인 인하방안을 거론했다가 차츰 업계의 논리를 수용해 폭리구조에 손을 대지 않은 선에서 끝나고 만 것은 국민들에게 크나큰 실망만 안겨준 것이다.

물론 5대거품빼기운동본부에서 줄기차게 주장한 인가제 조기폐지나 장금장치해제 등 소비자 위주의 통신정책 전환 등을 수용한 것은 진일보한 조치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소비자중심으로 통신정책이 변화하는 하나의 요소이지, 핵심적인 문제는 아니다.

인수위측은 통신회사측의 수탈에 가까운 폭리구조를 방치한 채 MB정부의 논리대로 규제를 완해해 요금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인수위 논리대로 본다면 결국 기존의 통신요금은 규제로 형성된 가격이므로 가격규제의 핵심이었던 가입비와 기본통화료 문제를 원점에서 따져보아야 할 것이 아닌가.

현행 5만5천원의 가입비와 1만3천원에서 1만2천원하는 기본통화료의 근거를 시장경제의 기초인 원가자료에 근거해서 책정하면 되는 일인데, 이 점은 애써 외면하면서 규제완화를 구실로 또 다른 특혜업체를 만들어서 폭리구조를 유지시켜주겠다는 것이다.

인수위 안대로 망내재판매를 활성화한다면 기술상 한계 때문에 그것 역시 2~3개 업체로 제한할 게 뻔하다. 그 이후의 가격도 독점업체의 독점가격을 벗어날 수 없게 된다. 만약 인수위가 망내재판매를 완전자유화한다면 이론상 독점적 폭리구조는 해소되지만, 망내재판매의 자유화는 기술상 불가능하고 수익도 낼 수 없으므로 무의미한 것이다.

또 통신업체들이 주장해온 결합상품 할인폭 확대나 저소득층, 청소년 등 할인제도는 시장상황으로 볼 때 요금인하효과도 크지 않고, 국민 전체의 부담을 경감시키지도 않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인수위 방침은 그동안 성역으로 남아있던 통신업체의 폭리구조를 온존시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해 통신업체들은 선두주자의 영업이익이 2조2천억, 순익은 1조6천억원에 달했다. 후발주자들도 지난해보다 더 많은 폭리를 취했다. 지난해의 흑자규모가 발표됐는데도 가입비와 기본통화료를 손대지 않겠다는 것은 아무리 이해하려해도 이해할 수 없다. 국민들이 한 달 생활비에서 통신비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 신속하게 이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시급한 일인데도 새정부 조차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다.

우리가 계속 제기해온 것처럼 통신업체의 폭리구조는 국민생활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한국통신산업의 경쟁력도 현저하게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IT강국을 자랑하고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최고라고 했지만, 한국은 선두그룹에서 밀려나고 있다. 삼성의 반도체가 분투하고 있을 뿐, 비메모리분야와 소프트웨어, 게임분야에는 새로운 강자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인터넷과 TV를 결합한 상품조차 몇 년을 허송세월하는 바람에 세계시장에 진입할 시기를 놓치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핸드폰 요금 인하문제는 국민생활 안정에 긴요한 문제인 동시에 한국의 통신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가느냐 하는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기존 통신업체의 폭리구조를 방치해 국민생활을 더욱 어렵게 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통신정책을 고수할 것인지 아니면 국민부담을 경감시키면서 세계 통신시장을 선도해 나가는 대전환을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인수위측의 통신정책은 그런 문제의식이 없다.

시사타임  webmaster@sisatime.co.kr